회사는 학교가 아닌 사회

사회에 첫 발을 내딛다

by 꿈이 크는 나무


학교를 다닐 때는 막연하게 직장생활에 대해서 생각을 했었다. 내가 드라마나 책을 통해서 간접 경험한 사회가 내가 아는 직장 생활의 전부였다. 보통 드라마를 보면 아무것도 보잘 것 없는 여직원이 재벌 2세를 만나서 신분 상승을 한다던가. 자기 능력을 펼치며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어 남자들 못지않게 멋진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 이런 것들을 우리는 지금까지 많이 보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정말 학습을 위한 지식이 대부분이었고, 사회에 나와서는 새롭게 그 회사에 맞게 학습하고 새롭게 익혀야 하는 일들이 전부였다. 대학교에선 나름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한 기수의 기장도 했었고, 컴퓨터 공부도 하면서 인정받고 했었다. 그러나 대학교를 벗어나 사회에 나오니 현실은 내가 학교에서 겪었던 그런 일상적인 학습이 동반된 일들은 거의 없었고, 듣지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공부해야 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생활하는 곳이 회사이다. 다양성을 이해하자


선후배 사이도 마찬가지였다. 대학 생활 때는 선배들도 편했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나 편하게 물어보곤 했었다. 그러나 회사생활은 조금 더 불편한 점들이 많이 있었다. 나보다 나이 어린 선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나보다 어리지만 선배라고 기강 잡는 여자 선배들 때문에 마음고생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왜 그럴까? 그러려니 하면서 이해하려고 했지만 도가 너무 지나쳐서 그냥 당하고 있는 것이 맞는 건지 항상 고민에 빠져있던 사회생활의 시작.


같이 들어온 여자 동기가 있었지만 유독 나를 눈에 가시로 여기던 여자 선배들의 갈굼.

참 치사하고 억울해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정말 하루하루 갈등의 연속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트집을 잡고, 그냥 틀린 부분을 알려주면서 그 부분을 수정해 오라고 하면 간단히 될 일을 항상 몇 백 십장이 되는 마감 전표를 통째로 건네주면서 틀린 부분 수정해 오라고.


한 달의 마감을 하는 월말은 정말 정신이 없다. 그때는 ERP가 없던 때였으니까 적게는 수십 장에서 많게는 백 몇십 장이 되는 수기 전표를 일일이 맞춰야 하는 월 마감.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엑셀로 정리해서 하다 보면 숫자 입력을 잘못해서 실수를 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관리 쪽 전산을 담당하는 여자 선배는 전산에 입력을 하기 때문에 공급가액과 부가세가 자동으로 나눠지기 때문에 쉽게 캐치가 가능하다.

그런데 어느 업체 며칠 전표가 잘못되었는지 아는데도 매출이 맞지 않으니 다시 확인해서 맞춰오라고 되돌려 보낸다. 그럼 나는 업무 시간에는 고객 상담 및 기본적으로 매일 반복되는 업무가 있어서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해야 했다. 난 야근을 하면서 몇십 분에서 몇 시간 동안 많은 전표를 일일이 확인하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했다. 10분이면 끝날 일을 비효율적으로 사람을 고생시키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것을 그때 더 한번 실감을 했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반복되어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일생 생활들이 그런 드라마의 소재로 나온 거겠지 이해가 된다.

그래도 그 당시에 그 부당한 처사에서도 하나 제대로 배운 점. 나는 절대 후배들 들어오면 저렇게 비효율적으로 가르치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기존 직원들은 본인들이 만들어 놓은 틀을 깨는 것도 너무 싫어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도 틀려서 새로운 의견을 제안할 수도 있는데, 아직 회사에 들어온 지 몇 달 안된 신입사원이 선배들 말에 꼬투리를 잡는다는 식으로 치부해 버린다. 우리 신입도 똑같이 그들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기를 바랬고, 그 이상을 넘어오는 것은 도전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시대가 1980년대도 아니고 밀레니엄 시대인 2000년대인데, 사고는 1970~80년대 우리 부모님이 할 법한 사고로 우리들의 참신한 의견들은 무시해 버렸다.


그래도 그때 나를 이해해주고 챙겨주셨던 사수. 가끔씩 생각이 난다. 회사 끝나고 맥주 한잔 사주시면 나를 위로해 주고, 감싸 안아 주었는데. 같은 팀 나의 사수도 결국은 4-5살 어린 선배들의 타깃이 되어서 5년 만에 회사를 떠났다. 나도 종종 사직서를 가슴속에 품고 생활했었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회사를 그만두면 그들이 너무 좋아할 것 같아서 억울해서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나의 오기는 신입사원 1년 차부터 그렇게 시작되었다. 일이 힘들어서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아니고, 회사 동료들이 싫어서 그만두는 것도 아니고, 한 두 명의 직원 때문에 내가 그만두는 것은 나의 자존심이 용서하지 않았다.



사회생활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로 시작하고 나로 끝난다


나의 사회생활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학교 다닐 때는 부모님 품 안에 있어서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알지 못했다. 모든 것을 부모님이 챙겨주시고 돈 귀한지도 몰랐고 내가 원하면 부모님께서 다 해주었던 철부지였다.

그런 철부지가 사회에 나와 자리 잡으려고 하니, 정말 힘들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배척하는 동료, 네가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는 식으로 일명 왕따는 시키는 부류. 참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있는 사회는 이렇게 냉정하고 치열했다. 여기서 내가 자리 잡는 것은 이런 장애물을 열심히 뛰어넘는 수밖에 없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나처럼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어느 누군가는 이런 상황에 처해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이런 사소한 것에 체력을 낭비하지 말고 그들을 그냥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존재로 인정해 버리면 맘이 편해지는 것 같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윗왕의 반지의 일화가 있지 않은가. 유대교의 경전 주석서인 미드라쉬(Midrash)에 보면 다윗왕의 반지라는 글이 나온다.



'어느 날 다윗왕은 궁중의 세공인을 불러 본인을 위해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 것을 명령했다.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어 환호할 때 지나치게 들떠 오만하지 않도록 하고 패배를 겪었을 때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좌절하지 않도록 하는 글귀를 반지에 새겨오라는 명령을 받은 세공인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권력과 부와 명예를 얻었을 때 자칫 빠지기 쉬운 교만을 이기고 실패와 치욕과 가난 속에서도 절망하며 쓰러지지 않는 용기와 희망을 북돋을 수 있는 글귀는 무엇일까? 아무리 고민을 해도 이 기묘한 수수께끼를 풀어 줄 수 있는 한마디를 찾아낼 수 없었던 세공인은 지혜로운 사람으로 널리 알려진 솔로몬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잠시 후에 솔로몬이 그에게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귀한 말을 일러 주었다.



위의 일화처럼 우리가 처한 힘듦과 어려움도 곧 지나가고 언제 가는 좋은 일이 올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살기를 바란다. 예전에 김연아 선수가 썼던 김연아의 7분 드라마에서 이 다윗왕의 일화를 읽은 기억이 난다. 강한 정신을 가지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본인이 처한 어려움도 인생의 하나의 길목에 만나는 돌부리로 여기고 유연하게 넘기는 것 같다. 그러니까 김연아 선수가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남는 것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것을 발판으로 큰 꿈을 품고 나아가서 세계 정상에 자리에 앉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회에 나온 모든 분들은 이제는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자리를 꿋꿋하게 잡아가야 할 때이다. 더 이상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받는 학생도 아니고, 이제는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고 설계해 나아가야 할 멋진 인생의 디자이너이다. 이 인생의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오늘부터 본인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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