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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성인 May 21. 2018

[렉처콘서트]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

지금까지의 삶에 죽음을 선언하다 


낭만주의 Romantik 의 어원은 로만 roman 
곧 라틴어를 사용할 줄 모르는 지역민들의 토착어를 말한다.  
무지랭이 백성들의 말에는 무엇이 담겨 있었을까.
논리학이나 수사학을 배우지 못하였으니 
비록 앞뒤는 좀 맞지 않았으나 
길들여지지 않은 상상력과 환상과 에너지가 넘실거렸다. 
비록 거칠지만 생명력이 가득했다.

낭만주의는 바로 그 점을 꿰뜷어 보았던 예술 운동이었다. 

보통 사람들의 삶을 끌어안지 않고서
어떻게 생명력 있는 예술이 가능할까. 

그리고 낭만주의와 함께 
숱한 시민 예술가들이 일어나 
그들의 삶 저 밑바탕에 놓여 있었던 
이야기와 노래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슈베르트도 자신의 삶을 그렇게 불태웠다. 
새로운 시심이 그의 혼 속에 심겨졌고,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었던 새로운 노래가 
거칠어서 노래용 언어가 아니라는 폄하를 받던 
독일어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개척자의 삶은 고달팠으니 
천재가 자신의 능력을 펼 수 있는 무대는 
쉽게 열리지 않았다. 

교향악의 베토벤
오페라의 로시니 
두 사람의 벽은 젊은 천재에게 너무 높아 보였다. 

친구들과 허물없이 나누는 

가곡의 소소한 장은 

아직까지 작곡가를 먹여살려줄 수 없었다. 

이전까지의 삶을 
계속 할 수는 없었다. 
그는 끝없이 도전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자신의 작은 노래들을 좀 더 큰 작품으로 
변모시킨 작품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용감하게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죽음을 선언했다. 

<죽음과 소녀>는 그 선언에 대한 

음악적 기록이었다. 



일시: 2018년 5월 24일 (목) 저녁 7시 30분
장소: 반포 심산아트홀 (서초문화재단 2층) 



슈베르트를 사랑하는 분들, 

현악4중주를 좋아하는 분들, 

그리고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죽음이 필요한 분들,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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