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의 아이콘. 가곡으로 거듭나다
압구정에 있는 음악감상 동호회
무지크바움에서 독일가곡 강의를 했다.
주제는 "미뇽과 낭만주의"이다.
괴테의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 나오는 이 소녀는
낭만주의의 상징과도 같다
비밀스러운 근원과 이국성,
나이나 성별을 알수없는 외모,
아이답지 않은 과묵함,
늘 가슴에 차 올라 있는 그리움
말은 어눌하지만 노래는 기가 막히게 잘하고
완벽에 가까운 솜씨로 달걀춤을 추는 이 신비한 캐릭터에는
영원한 젊음으로 완성을 거부하려는
낭만주의의 심연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소설에서 빌헬름이 이 소녀를 구해준 뒤
이 소녀는 빌헬름을 보호자요, 아버지로 따르지만,
소녀 안에 자라난 사랑에 이끌려 그를 또한
연인으로 부르고 싶다.
그러나 이를 모른 채 빌헬름은 그를 그저
양딸로만 대하고 마침내
그녀는 빌헬름의 결혼 소식에
충격을 받아 죽고 만다.
비록 괴테는 미뇽을 완성에 이르지 못한
미성숙한 존재로 평가했지만
낭만주의자들에게 그녀의 죽음은
시문학의 죽음 그 자체로 받아들여졌다.
현실에, 질서에, 성숙이라는 과업에 희생당하는
수많은 아름다운 상상력,
수많은 독특함, 수많은 날개달린 감성,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수많은 순수가
미뇽의 현존재라고 여겼던 것이다.
때문에 미뇽은 숱한 낭만주의 가곡의
소재가 되었다. 이 강의에서는
베토벤에서 베르크에 이르는
낭만주의 가곡을 통해
미뇽의 이미지의 변화상과
거기에서 읽어낼 수 있는
낭만주의적 신념의 변화상를 살펴 본다.
18세의 슈베르트가 그려낸 미뇽은
빌헬름과 함께 어디든 가고 싶은
소녀의 그리움과 열정이 가장 순수하게 녹아 있다.
이 곡에서 아직 작곡가는 낭만적 예술이
더 많은 자유를 전해주리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