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통은 터질 것만 같다
<생각>
박경리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하고
수억 년 쌓인 지층 모양
생각은 쌓이고 쌓여
내 머리통은 터질 것만 같다
생각 사이로
한 마리 나비가 날으고
생각 사이로
사슴 한 마리 지나가고
생각 사이로
겨울 들판 비둘기 한 마리 있고
그래서
내 머리통은 깨지지 않았나 부다
박경리 시집 <슬픔도 기쁨도 왜 이리 찬란한가>
다산북스(2025)
한국 문학의 대가 박경리 선생님도 글이 써지지 않아 머리통이 터질 것만 같은 순간이 있으셨구나!
시집을 읽다가 이 시를 읽고 위안을 받는 순간이었다.
글 쓰는 일은 시간이 흐를수록 어렵기만 하다. 무엇을 써야 할지 어떻게 써 내려가야 할지 어려운 것투성이다. 한 편의 글이 내 맘에 들게 써 내려가는 날은 글 쓰는 일이 놀이가 된다. 하지만 그런 날보다 부담과 일로 다가오는 날이 많아지고 생각이 쌓이고 쌓이기만 하는 요즘이다.
수억 년 쌓인 지층 모양의 생각, 그 생각 사이로 나비 한 마리, 사슴 한 마리, 비둘기 한 마리 지나간다고 표현한 선생님을 보며 '잘 풀리지 않을 땐 주변을 둘러보며 쉬어 가세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공원을 걸으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가을 국화를 들여다보며 다행히 내 머리통도 깨지지 않았다.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한 편의 시를 만나는 행운! 시가 가진 위대한 힘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