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언제나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이해인
1
하늘이 맑으니
바람도 맑고
내 마음도 맑습니다
오랜 세월
사랑으로 잘 익은
그대의 목소리가
노래로 펼쳐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가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물들어
떨어질 때마다
그대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한 잎 두 잎
익어서 떨어집니다
2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어서 조용히
웃으며 걸어오십시오
낙엽 빛깔 닮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우리, 사랑의 첫 마음을
향기롭게 피워 올려요
쓴맛도 달게 변한
오랜 사랑을 자축해요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힘들고 고달팠어도
함께 고마워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조금은 불안해도
새롭게 기뻐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부담 없이 서늘한 가을바람
가을하늘 같은 사람이 되기로 해요
이해인 시집 <작은 위로>(2002)
새소리도, 바람 소리도, 봄에 듣는 것과 가을에 듣는 것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왠지 쓸쓸하면서도 기쁘고, 비어 있는 듯하면서도 충만한 가을의 소리들을 나는 참으로 사랑합니다.
<자서/ 표현 못할 깊은 사랑을 짧은 기도에> 중에서
좋아하는 계절에 좋아하는 시 한 편,
내 마음은 가을 숲으로 빠져든다.
가을은 언제나 소란스럽지 않게 찾아온다.
여름의 무더운 열기가 언제 걷혔냐는 듯 바람이 가볍고 선선하게 피부를 스친다.
가을은 언제나 아쉽다.
이제 가을이구나 싶으면 어느새 저 멀리 달아나 버리는 가을. 점점 짧아져만 가는 가을이 야속하다.
가을은 내 마음을 추억의 색으로 물들인다.
고운 빛으로 물드는 길가의 나무들은 함께 걷던 그 길, 그 시간 속으로 나를 데려간다.
가을이 되면 이해인 수녀님의 이 시가 생각난다. 수녀님의 시는 언제나 곱고 따뜻하고 다정하다. 가을비로 더욱 짧아진 가을을 보내며 이 시로 나의 마음을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