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과 기억
장애예술기획전 <The Sensory Tale 감각의 서사)는 여섯 명의 작가들이 신체와 감정, 시간과 상처를 각자의 예술 언어로 풀어낸 체험의 기록이자 이야기입니다. 섬유, 회화, 설치,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는 삶을 번역하는 도구가 됩니다. 작품은 관객에게 여러 층위의 경험을 제안하고, 중첩된 지각을 통해 존재를 다시 성찰하도록 이끕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시각적 결과물을 나열하지 않습니다.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이 탄생하기까지의 내면적 여정을 직접 들려주었고, 그들의 고백과 기억은 전시장 곳곳에 짧은 문장, 오디오가이드, 설치적 장치로 살아 숨십니다. 관객은 단순한 보는 행위를 넘어, 작가의 몸과 마음에 스며든 감각의 흔적에 공감하게 됩니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작가와 작품을 해석하는 비평가의 시선이 함께 머물러 있습니다.
전시장 안의 언어는 감각을 분석하고 해체하며,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작품을 읽어냅니다. 이 해석은 공간 안에 하나의 텍스트로 배치되어, 관객에게 사유할 거리를 제공하고 참여의 문을 엽니다. 우리는 각기 다른 언어로 쓰인 작품 안에서 저마다의 감정을 만나고, 과거의 기억을 더듬게 됩니다.
- 장윤주 <The Sensory Tale 감각의 서사> 전 큐레이터
Chapter 1. <새로운 감각의 세계>
김은정 작가는 섬유와 직물을 주요 매체로 작업하는 설치미술가라고 한다. 거즈, 솜, 털실과 같은 재료의 질감과 반복적 행위를 통해 몸과 기억, 감각의 층위를 탐구하며 그의 작업은 감각과 육체의 상호성을 바탕으로 예술적 상상력을 구현하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김은정 작가의 작품은 털실과 색채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부드러움이 좋았다. 털실은 몸, 감각, 기억의 연결, 어쩌면 세상과 타인과의 연결,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의미하는 도구 같다.
허겸 작가는 도시 풍경 속에서 개인이 마주하는 감정과 인상을 탐구한다고 한다. 멀리서 바라본 원경 시리즈에서는 건물들의 차이가 흐려지며 하나로 어우러진 도시를 통해 낯섦과 회피, 동경의 감각을 드러낸다. 반대로 근경 시리즈에서는 전선과 기둥, 닫힌 창문 같은 구체적 요소들을 강조해 직접적인 외로움과 불안을 표현한다.
<서울 NO.9-Before sunset>은 저녁 무렵 산책하며 마주한 도시 풍경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도시 풍경을 멀리서 바라보며 느낀 감정을 그림으로 옮겼다고 한다. 떨어져 바라보는 순간, 이상한 안도감과 동시에 외로움이 찾아왔다고 하는 이 작품은 속해 있지만 속하지 않은 데서 오는 외로움을 표현한 듯했다.
<선과 선> 작품들은 도시 속에서 시선을 가로막는 수많은 선들을 발견하고 표현한 작품들로 빽빽하게 늘어선 건물과 기둥, 검게 닫힌 창문들, 그 안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거리감을 표현하였다고 한다.
허겸 작가의 원경 시리즈 작품들은 익숙한 환경이지만 그 안에 내가 속해있지 않은 듯 낯설게 다가오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다. 반대로 근경 시리즈는 선을 굵고 선명하게 표현하면서 타인에게 가까이 가고 싶지만 넘을 수 없는 선,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철벽을 두른 자신의 모습을 두껍고 진한 검게 칠한 선으로 표현한 듯 느껴졌다.
Chapter 2. <새겨진 감각의 기록>
위혜승 작가는 피부와 흉터를 매개로 자아와 시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라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반복된 수술과 치료로 남겨진 신체의 흔적을 출발점으로 삼아, 피부를 '기록의 매체'이자 '경계와 통로'로 인식하며 피부에 새겨진 상처와 수술 자국 등을 관찰하며 개인의 기억과 망실된 시간을 마주한다고 한다.
곽요한 작가는 뇌경색을 겪은 뒤 급격히 달라진 삶의 조건과 신체적 경험을 회화로 풀어내고 있다.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린 현실과 낯설어진 자아의 감각을 화면에 옮기며 붕괴와 재배열, 고립과 긴장 같은 주제를 탐구한다.
의자와 문, 빛과 그림자와 같은 오브제를 통해 사회 속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는 존재, 그리고 현실 너머를 향한 염원을 시각화한다.
<낙상일기>와 <Wave and Crush>는 작가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큰 혼란을 주제로 삶이 무너지고 다시 구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의 삶의 많은 부분이 급격히 변한 경험을 '딛고 있던 땅이 무너지는 감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Chapter 3. <시공간을 초월한 감각>
윤하균 작가와 김승현 작가는 작품을 통해 현실을 넘어선 세계와 상상의 존재를 마주한다. 두 작가의 작업은 재구성된 풍경과 가상의 존재를 통해 내면의 감각을 넓히고, 익숙한 차원을 벗어나 낯선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윤하균 작가는 공포물과 괴수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작품 속에 나타나는 괴물은 추하거나 혐오스럽지 않으며 동시에 무섭지만 아름다운 특성을 지니고, 일상 속에서도 낯설게 마주할 수 있는 형상으로 나타난다.
윤하균 작가의 작품들은 평소 익숙한 물건들도 어둠 속에 있거나 그림자로 보일 때 낯선 공포감으로 다가오는 순간을 표현한 것 같다. 요즘 가끔씩 찾아오는 이름 모를 두려움과 불안함이 나를 움츠러들게 했던 그 순간이 떠올라 공감하며 감상했던 작품들이었다.
이 전시는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 전을 보고 나오는 길에 무료 전시여서 보게 되었다. 입구에 크게 전시된 김은정 작가의 작품이 눈에 들어 전시장 안으로 이끌리듯 들어가 관람하게 되었다. 처음엔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설명을 읽어가며 다시 한번 관람했을 땐 작가들의 작품을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허겸 작가의 작품들은 익숙한 환경이 가끔 낯설게 다가오기도 하고 나는 여기 있는데 왠지 속해있지 않은 듯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을 때의 경험이 떠올라 마음에 남았다.
곽요한 작가의 <Wave and Crush>는 삶에서 갑자기 변한 경험을 떠올리게 했고 그 순간을 적응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삶을 재배열해 나갔던 경험이 떠오르며 공감할 수 있었다.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특별전 : 세잔, 르누아르' 전시도 의미 있었지만 <The Sensory Tale 감각의 서사> 전시가 내겐 좀 더 울림이 있었다.
-전시 일정: 10.17(금) ~ 11.6(목)
-전시 장소: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7 전시실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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