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워낸 것들에 대하여
장순필. 녀석은 모두가 sky를 바라보던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이었다. 녀석은 자기 이름을 제목으로 글을 써서 한 대학의 글쓰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탔다.
태어날 때 육손으로 태어났던 녀석은 생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섯 번째 엄지를 잘라냈다. 녀석은 '자신은 탄생부터 불행했다'고 썼다. '건선'이라는 지병을 앓아 녀석의 피부는 곰팡이가 핀 것처럼 얼룩덜룩 했고, 유독 잔병치레가 많았다고도 했다. 어렸을 적 녀석은 엄마에게 "나를 왜 이렇게 낳았어"라고 소리치며 울었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녀석은 받은 것이 많았다. 5지선다의 답을 찾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던 또래 녀석들 사이에서 유별났다. 구부러진 엄지손가락을 갖고도 반에서 피아노를 가장 잘 쳤고, 홍익대 미대 입시를 준비하던 녀석보다 그림을 더 잘 그렸다. 무엇보다 나는 대학에 들어가서도 가져보지 못한 끝내주는 여자 친구가 당시에도 있었다. 그리고 녀석은 여자 친구와 이미 '했다'고 했다.
성인이 되고 그 녀석의 싸이월드에서 우연히 본 문장을 나는 아직도 종종 인용하고 있다. "Life is fari, cuz it's unfair to everyone(삶은 공평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누구에게나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내가 원해서 세상에 던져진 것이 아니듯 내게 주어진 것들은 내 선택이 아니었다. 그것이 신의 실수든, 고의든 내 것들은 너무 작고 초라했다. 환불도 교환도 안됐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발렌타인데이에 책상 서랍 가득 초콜릿이 넘치거나, 다마고찌가 유행할 때 그것이 내 가방 속에 들어 있지도 않았다. 나에게 없는 것들로 인해, 나는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공부를 잘하는 착한 아이가 되자 칭찬을 들을 수 있었고, 재미있는 사람이 되자 초콜릿을 주는 여자아이가 생겼다.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결핍과 열등감이었다. 그리고 나머지가 발렌타인데이의 초콜릿과 순필이의 끝내주는 여자 친구였다.
*소셜 살롱 글쓰기 첫 번째 수업 (2019. 03.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