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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짓말의 거짓말 Nov 09. 2023

호모 데우스 by 유발 하라리 (2)

2부: 201p~400p 

250p

근대 과학은 종교와 어떤 관계일까? 그동안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해 온갖 대답을 골백번도 넘게 했다. 하지만 과학과 종교는 500년 동안 부부상담을 받고도 여전히 서로를 잘 모르는 남편과 아내 같다. 남편은 여전히 신데렐라 같은 아내를 기대하고 아내는 계속 완벽한 남편을 갈망하면서, 쓰레기 버릴 차례가 누구냐를 놓고 싸운다. 


294p

세계를 크기가 고정된 파이로 보는 전통적인 세계관은 이 세계에 오직 두 종류의 자원만 존재한다고 본다. 바로 원재료와 에너지이다. 하지만 실은 세 종류의 자원이 존재한다. 원재료, 에너지 그리고 지식이다. 원재료와 에너지는 고갈된다. 사용하면 할수록 줄어든다. 반면 지식은 성장하는 자원이다. 사용하면 할수록 늘어난다. 실제로 당신이 지식의 총량을 늘리면 그 지식은 당신에게 더 많은 원재료와 에너지를 준다. 내가 알레스카에서 석유를 탐사하는 데 1억달러를 투자해 석유를 발견한다면, 나는 석유를 더 많이 갖지만 내 손자들은 나보다 석유를 적게 가질 것이다. 반면 내가 태양에너지를 연구하는 데 1억 달러를 투자해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 새롭고 더 효율적인 방법을 발견한다면, 나는 물론 내 손자들도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질 것이다.


304p

비록 이따금씩 경제위기와 국제전쟁을 겪기는 해도,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자본주의는 성공했을 뿐 아니라 기아, 역병, 전쟁을 극복했다. 이슬람 종법 해석가들은 인간의 힘으로는 기아, 역병, 전쟁을 극복할 수 없다고 설파했다. 그런데 은행가, 투자가, 기업가 들이 등장해 200년 만에 정확히 그것을 해냈다. 


329p

그런데 '경험'이란 정확히 무엇을 말할까? 경험적 데이터는 아니다. 경험은 원자, 전자기파, 단백질, 숫자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경험은 세 가지 주요 성분인 감각, 감정, 생각으로 이루어진 주관적 현상이다. 특정 순간의 내 경험은 내가 감각하는 모든 것(열, 쾌락, 긴장 등),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사랑, 두려움, 분노 등), 내 마음속에 떠오른 모든 생각으로 구성된다. 

그러면 '감수성'은 무엇일까? 두 가지를 뜻한다. 첫째는 감각, 감정, 생각에 주목하는 것이다. 둘째는 그 감각, 감정, 생각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중략)

경험과 감수성은 끝없는 고리로 이어져 서로를 강화한다. 감수성 없이는 어떤 것을 경험할 수 없고, 다양한 경험을 하지 않으면 감수성을 개발할 수 없다. 감수성은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들어서 키울 수 있는 추상적인 소질이 아니다. 그것은 실제로 사용해야만 무르익고 성숙하는 실용적 기술이다. 


330p

차로 예를 들어보자. 내가 차를 처음 마시기 시작한 시절, 만일 당신이 중국 명나라 시대에 유행하던 손잡이 없는 도자기 찻잔에 판다똥차를 따라 나아게 대접했다면, 나는 종이컵에 담긴 일명 '노가다의 차'(진하게 차를 우려 큰 머그컵에 담고 우유와 설탕을 넣어 마시는 홍차)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필요한 감수성을 갖추지 않으면 어떤 것을 경험할 수 없고, 많은 경험 없이는 감수성을 개발할 수 없다. 


379p

과거에 이 종교들은 창조적인 힘이 있었다. 예컨대 그리스도교는 당시에는 이단적인 개념이었던, 모든 인간은 신 앞에 평등하다는 개념을 확산시켰고, 그럼으로써 인간의 정치구조, 사회적 위계, 심지어 젠더 관계까지 바꿔놓았다. 예수의 산상수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온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이 신이 가장 아끼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함으로써 힘의 피라미드를 거꾸로 뒤집고 수세대에 걸친 혁명가들에게 탄약을 제공했다. 

그리스도교는 사회적·윤리적 개혁뿐 아니라 중요한 경제적·기술적 진보까지 도맡았다. 가톨릭교회는 중세 유럽에서 가장 정교한 행정 시스템을 확립했고, 문서보관, 목록 작성, 일정표, 그밖의 데이터 처리 기법들을 가장 먼저 활용했다. 로마 교황청은 12세기 유럽의 실리콘밸리였다. 


380p

스스로 자문해보라.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발견, 발명, 창조가 무엇이었나? 이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이유는 항생제 같은 과학적 발견, 컴퓨터 같은 기술적 발명, 페미니즘 같은 사상적 창조를 포함해 후보 목록이 많아 고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렇게 자문해보라. 20세기에 이슬람교와 그리스도교 같은 전통 종교들이 이뤄낸 가장 영향력 있는 발견, 발명, 창조는 무엇인가? 이것 역시 매우 어려운 질문인데, 고를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382p

그러므로 전통 종교들은 자유주의의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성경은 유전공학, 인공지능에 대해 할 말이 없고, 대부분의 신부, 랍비, 무프티는 생물학과 컴퓨터 공학 분야에서 일어난 최신 발견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발견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다른 도리가 없다. 고대 문헌을 외우고 그 내용에 대해 논쟁하는 대신, 과학 논문을 읽고 실험하는 데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  


389p

자유의지는 앞으로 우리 인간이 지어낸 상상의 이야기 속에만 존재할 것이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자연선택이 인간의 모습을 바꿀 수 있었겠는가? 진화론에 따르면 동물들이 하는 모든 선택은(습관이든 음식이든 배우자든) 그들의 유전암호를 반영한다. (중략)

이런 과학적 설명을 들을 때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반응은 무시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가 있다고 느끼고, 자신의 소망과 결정에 따라 행동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사실이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행동한다. 우리가 '자유의지'를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이라는 뜻으로 정의한다면, 맞는 말이다.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고, 침팬지와 개, 앵무새도 마찬가지이다. 앵무새는 크래커를 먹고 싶으면 먹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앵무새와 사람이 내면의 욕망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중요한 질문은 그들이 애초에 자신의 욕망을 선택할 수 있느냐이다. 왜 앵무새는 오이가 아니라 크래커를 먹고 싶어할까? 왜 나는 짜증나는 이웃에게 다른 쪽 뺨을 내어주는 대신 그를 죽이기로 결정할까? 

이 소망들 가운데 그 어떤 것도 내 선택이 아니다. 내가 특정한 소망을 느끼는 것은 내 뇌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과정들이 그런 느낌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들은 결정론적이거나 무작위적일 뿐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다. 


391p

오늘날 우리는 뇌 영상을 이용해 사람의 욕망과 결정을 본인이 미처 의식하기도 전에 예측할 수 있다. 어떤 실험에서 사람들을 거대한 뇌 스캐너에 넣고, 양손에 스위치를 하나씩 쥐게 했다. 그리고 내킬 때마다 두 스위치 중 하나를 누르라고 했다. 피실험자가 실제로 행동을 하기도 전에, 심지어 자신의 의향을 자각하기도 전에 과학자들은 피실험자의 뇌신경 활성을 보고 어떤 스위치를 누를지 예측할 수 있었다. (중략)

나는 정말로 그 버튼을 누르고 싶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그 스위치를 누르고 싶다면 그 소망은 내 선택'이라는 결론으로 논리적 비약을 감행한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나는 내 욕망을 선택하지 않는다. 단지 그 욕망을 느끼고 그것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392p

당신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거든 이렇게 자문해보면 된다. '내가 왜 이 생각을 했을까? 이 생각을 하겠다고 1분 전에 결정하고 그런 다음에 생각했나? 아니면 내 어떤 지시나 허가 없이 그 생각이 그냥 떠올랐나? 내 생각과 결정의 주인이 실제로 나라면, 다음 60초 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겠다는 결정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할 수 있는지 한번 해보라. 


393p

유기체가 자유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우리가 약물, 유전공학, 직접적인 뇌 자극을 통해 그 유기체의 욕망을 조작하는 것은 물론 통제까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395p

환자의 뇌에 전극을 이식하고, 그 전극을 환자의 가슴에 이식한 아주 작은 컴퓨터와 연결한다. 뇌에 이식된 전극이 컴퓨터의 명령을 받으면, 약한 전류를 내보내 우울증에 관여하는 뇌 영역을 마비시킨다. 이 치료법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환자들의 경우 평생 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캄캄한 공허감이 마법처럼 사라졌다고 했다. 

그중 한 환자가 이식수술을 받은 지 몇 달 뒤 병이 재발해 심한 우울감에 빠졌다고 호소했다. 그 환자를 진찰해보니 컴퓨터 배터리가 닳은 것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배터리를 교체하자 환자의 우울증이 금세 사라졌다. 


399p

과학은 자유주의의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개인주의에 대한 믿음도 약화시킨다. 자유주의자들은 우리가 분리할 수 없는 단일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개인은 분리할 수 없는 존재라는 뜻이다. 물론 내 몸이 약 37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있고, 내 몸과 마음이 날마다 변형과 변화를 겪는 것은 사실이다. 자유주의가 성립하려면 나는 오직 하나의 진정한 자아를 가져야만 한다. (중략)

하지만 지난 몇십 년 동안 생명과학은 이런 자유주의 이야기가 완전히 신화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단 하나의 진정한 자아란 불멸의 영혼, 산타클로스, 부활절 토끼 같은 것이다. 


400p

인간은 나눌 수 없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나눌 수 있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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