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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자 Aug 17. 2024

[연작시] 그대에게 6


그대에게 6_김경민



산책을 하다가 가끔 그대를 떠올립니다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또는

들꽃을 보거나 안개를 만났을 때(간혹 천하장사 소시지를 보고서도)

그대 생각을 종종합니다

길 끝 어딘가에 그대가 서 있을 듯한 착각은

나의 온 세포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나에겐 특별한 ‘가위’가 항시 있습니다

‘삭둑’


연인들은 연인들과

부부는 부부들과 모임이 잦습니다

성별이 다른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는 것은

인간으로 당연한 처사일 것입니다


모든 관계의 시작은 호감입니다

호감은 친밀도를 형성해 나갑니다

그런데

우리는 호감 자체를 부정합니다

호감은 관심일 뿐이지 사랑이 아닙니다

옷과 물품들을 구매하고 꽃을 사는 것도

그것에 대한 ‘호감’과 ‘욕망’입니다

하지만

강아지가 귀엽고 예쁘다고 해서

모두를 데려올 수는 없습니다

호감은 호감으로 그만두어야지

친밀도가 과해지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고백하건대 설마 그대는,

그대가 내게 처음이라 생각하십니까?

아쉽게도 아닙니다(그렇다고 실망하지도 마십시오)

어떤 이의 손가락, 어떤 이의 목소리,

어떤 이의 옷차림, 어떤 이의 부와 명예 등등

다만

호감은 피상적 성격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잠깐의 거짓감정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공든 탑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는 점,

문장이 주는 깊이를 깨달아 갑니다

‘삭둑’

잘라내어도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감정은

생각보다 그리 아프진 않습니다


오늘은 그대에게 ‘가위’를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나와의 인연에도 필요하다면 과감히 자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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