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자 Aug 20. 2024

[연작시] 그대에게 9


그대에게 9_김경민



히비스커스 꽃잎을 우립니다

찻잔에 핏빛 물결이 울렁입니다

이것은 갓 찾아온 죽음을 닮았습니다

찻잔을 입술에 가져다됩니다

상큼한 향이 조금은 비릿하게 느껴집니다


저도 한때는 젊은 여자였습니다

설익은 생각이 떫었던 시절

몸에서 히비스커스 꽃들을

억지로 빼어낸 적이 있습니다

추억하면 결국 억울한 일도 아닌데

그저 아집대로 풀리지 않아서

스스로를 오만에 가뒀습니다


요즘 나는 매일 죽음을 만납니다

삶과 함께 시작된 죽음도

나의 인생이고 동반자임을 인정하고 나니

살아있는 순간순간이 의미를 가집니다

돌아보건대 살아오며

시간을 아깝게 여긴 적은 없었습니다

한시라도 바삐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회피한 시간들이 전부였습니다


죽음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아갑니다

그렇다고 가치(명예)를 좇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죽음이 늘 두렵고 무서운 까닭은

오늘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나간 미련에 집착하지 않고

다가올 미련도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남겨질 이들에 대한 감정도 비워야 합니다

‘죽음’은 ‘동정’을 알지 못합니다

당장 5분 앞에 죽음이 있더라도

얌전히 인정하며 손잡을 수 있도록

오늘만 살아야합니다


그대는 알고 있습니까?

애초부터 내일은 없었던 것입니다

내일 할 일은 계획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내일을 본 적이 없습니다

오늘만을 과거로 보내왔을 뿐입니다


그대 또한 나에게는 오늘만 살아(사랑)있는 사람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연작시] 그대에게 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