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작자 Aug 26. 2024

[연작시] 그대에게 10



그대에게 10_김경민


말리던 호박에 검푸른 꽃이 피었습니다

여전히 습하고 덥습니다

오전 9시 정도면 운동이 끝납니다


내가 운동을 주로 하는 썬룸은

아무런 냉난방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집은 정남향이라 해님의 출근이 확실한 곳입니다

여름이면 똬리를 틀고는 불가마 찜질방과

비교도 되지 않을 위력을 떨칩니다

슬라이딩 도어를 모두 열었다고 하지만

약삭빠른 열기는 바람에 밀려나는 듯하다가

금시 천장으로 한 바퀴 돌아 내려앉습니다

운동을 끝내면 ‘땀 한바가지’라는 뜻을

온몸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왜 미련한 짓거리를 하느냐고 반문하지 마십시오

그런 질문을 받으려고 쓰는 것은 아닙니다


땀이 쏟아지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른 상황에서(집이 외딴 곳에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지나가는 행인이 보았더라면 아마도 식겁할 겁니다.)


적연寂然히

 

바람 한 점이 지나갔습니다

방황하던 의지가 힘을 내던 찰나입니다

우리의 적敵은 결국 타인이 아니라 자신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승리의 깃발을 썬룸에 꽂고 바람에게 전합니다

너 ‘때문’이 아니라, 네 ‘덕분’이라고 말입니다


오늘(매일을)

누군가(가족)에게 바람 한 ‘점(쉼, 덕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그대와 나는,

하루를 살아낸 의미로 ‘충분’치 않을까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연작시] 그대에게 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