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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자 Sep 02. 2024

[연작시] 그대에게 11



그대에게 11


창문가에

수돗가에, 때론 잎새에 매달려 있던 가을이

며칠사이 제법 튼실해졌습니다

요사이 걸음마에 익숙해진 가을은

새벽녘이면 아장아장 걸어와 품에 안깁니다

적당히 살이 오른 아기가을을 품고서

오래간만에 단잠을 청한 아침입니다

여전히 낮 동안은 불쾌한 더위와 마주합니다

만남에도 이처럼 피할 수 없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매우 중한 일입니다

평가는 곧 ‘거절’의 저울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간간이

난처한 ‘시간’을 대면할 때가 있습니다

가족이나 일로 연관된 사람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대에게 있어 요즘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내게 지금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시간’입니다

돈도 아니고 시간이라니 좀 멋지지 않습니까?(피식 웃으셔도 됩니다.)

시간만 확보하면 얻지 못할 것은 없습니다

‘시간’은 자신에게 임하는 태도에 따라

평등하게 배분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건대

시간은 남아돈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못한) 시간만이

무의미한 가치로 타살되어 왔습니다

무수히 죽어나간 시간이 무엇을 품고

무엇을 주려 하였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시간의 ‘가치 환산법’을 알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실 겁니다

시간은 마라토너입니다

나와 비례하여 속도가 점점 붙습니다

시간은 게으름을 피워본 적이 없기에

따라잡으려면 알차게 달려(사용해)야 합니다


뜬금없이 차 한 잔 하자는 전화(문자) 대신

그대의 편한 시간을 예약해 봅니다

우습게도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나니

그대의 시간이 ‘금광’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혹 금광을 발견하시면 제 덕도 있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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