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시] 그대에게 21_친구

by 김작자


그대에게 21



나는 친구가 없습니다

일 년에 안부(한번)를 묻는 벗이 있긴 합니다만

얼굴을 마주한지도 어언 3년은 되어가지 싶습니다

한번은 아들이 분명 대학을 갔을 텐데....

통장에 ‘형편’대로 축하금을 입금하고 문자를 보내자

친구의 답장이 더 가관이었습니다

“걔 군대 갔어. 세월 빠르지?”

아들은 제대도 졸업도 했을 것입니다

이 글 덕분으로 전화나 해봐야겠습니다


친구가 전부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정을 위해서인지, 술과 수다를 위해서인지

딱히 정의내리긴 불분명한 유영(배신)의 시간도

지나쳐야할 인생의 ‘터널’ 중 하나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의 추억도 소중하지만

서로간 시간을 침해하지 않는 지금도 좋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라고 여기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친구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상대방의 형편을 고려하지 못하거나 나의 형편,

여러 이유로 계산기(편견)를 두드리게도 됩니다

행사의 행사들은 돈과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돈이 가치가 되고, 친구의 순위도 바꾼다고 합니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가 없다하니 나의 인성이 문제인 것 같지만

걱정은 마십시오, ‘아는 사람’은 많습니다

단지, 서로의 마음과 형편을 볼 뿐입니다

그렇다고 ‘아는 사람’들이 가볍다는 뜻은 아닙니다

무얼하든 마음만은 최선을 다해 시간을 나눕니다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베풂이 다를 때도 있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떠나도 아프지 않을 만큼

마음단련도 시키지만 작은 예의(슬픔)는 늘 따릅니다(물론 떠나가는 이들에겐 비밀로 부칩니다.)

생각만큼 인간관계들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반세기를 살다보니 벗이라 정의할 수 있는 사견私見은

더는 ‘부담’이 되지 않는 ‘사이’인 것 같습니다

친구를 잃어가도 되는 나이

인생의 배움으로부터 고요(조용)할 수 있는 나이

그럼에도 가슴 한 곳에 비어둔 ‘벗의 공간(여유로움).’

친구란 자신의 힘듦을 ‘모르’게 하는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언제든 반길 수 있는, 친구를 미안함에 빠트리지 않는,

감정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챙길 줄 아는 ‘배려’,

벗을 위해 노력하는 벗으로서의 ‘정중한 언행’,

허울없기 보다는 손님처럼 ‘대접’해도 마땅할,

‘당연시’가 아닌 친구가 되고 ‘아는 사람’이기를 바라봅니다


날이 차졌습니다

뜨끈한 국물과 수다가 그립지만 가족으로 대신해봅니다

친구가 많다는 것도 외롭다는 역설이 아닐까 합니다

그대의 식탁과 거실에 가족의 웃음이 반찬과 간식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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