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시] 그대에게 22_가족 소통

by 김작자



그대에게 22



익어가는 ‘묵은 김치’는 여러모로 쓸모가 좋습니다

익어가는 ‘묵은 감정’은 안락함의 미덕을 앗아갑니다


요즘 우리집 막둥이의 나쁜 습관은

외부에서 있었던 일(화)을 가족에게 푸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툴툴거리거나 자신의 물건들을 함부로 대합니다

화가 난 감정은 당연히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속상한 감정을 치유(대화)하는 목적이 아닌,

소중한 가족이나 물건으로 대신 시사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님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만,

실상 모두에게 급선무가 아닐까 합니다


근래 시간에 쫓기다보니 심신이 고단했습니다

솔직히 바쁘고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반대로 내내 행복한 사람들도 없을 것입니다

기성복과 맞춤복의 장단점을 살려

‘삶을 재단’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장인’의 길입니다

지난 주말은 그간 참아왔던,

그러니까 자족自足하지 못했던 감정줄 하나가

세 남자를 빌미로 점화가 된 일이 있었습니다

아들 둘과 남편은 평상시대로 떠들고 까불며

순종과 서열 싸움에 열을 올리는 중이었습니다

사실 이들에게는 문제가 ‘별로’ 없었습니다

이들의 행동거지가 신경을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감정선에 오류가 생기도록 일조는 했을지언정.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것은 이롭지 못합니다

사그라지지 못한 감정은 끝내 배출되기 마련입니다

마치 소심한 뒤끝처럼 구시렁거려서라도

대상을 찾아 해갈하려는 특성 때문입니다

화가 남의 이유는 그 이유가 존재하기에 있는 것이고

이유의 존재는 사유하지 않는 이상 자멸하지 못합니다

가족이 모인 앞에서 섭섭함을 토로(론)하다 보니

큰 사건도 아닌 것들이 외부의 감정들과 섞여서

가족에게로 와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이런 병원을 아시는지요?

돈도 들지 않고, 대기 줄도 없는 기똥찬 ‘상담병원’이,

감정을 풀어놓아도 비밀보장이 확실한 병원이 있다는 사실.


나의 ‘가정(병원)’입니다


우리집은 ‘이’ 병원진료를 종종 애용하는 편입니다

가족이란 이유로 가족이니까,

서로의 감정을 무시하고 무시당하면서도

행복한 ‘척’하는 것이야말로 모순된 삶일 것입니다

비밀보장이 확실하고 타인 이용이 불가능한 이 병원엔

맞춤시스템으로 상주하는 ‘상담사’와, ‘의사’, ‘조제사’까지

최상의 의료진(가족)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답잖은 감정도 삭으면 부패하게 되어 있습니다

나누면 증발하고 공감은 더 맛난 식탁(처방)을 제공할 것입니다

병원의 ‘개업(원) 방법’을 굳이 알려드리자면,

언권言權은 자유로워야하고 공격이 아닌 ‘대화’

이 세 가지만 지켜진다면 개업과 이용은 언제든 가능합니다


날이 추워지고 있습니다(눈이 엄청 왔습니다.)

퇴근 길 붕어빵과 함께 하루 일과를 나눠보길 권합니다

환경에 맞춰 사는 존재가 아닌, 존재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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