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34_김경민
‘새鳥집은 바로 새 자체이다. 그의 형태이고, 가장 직접적인 노력이다. 그의 고통이라고까지 말해도 좋으리라. 집이라는 결과는 새의 가슴으로 끊임없이 되풀이된 누름으로써만 얻어진 것이다. 그 풀잎 조각의 어느 하나라도 새집의 둥근 곡선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의 가슴으로, 심장으로, 틀림없이 호흡의 혼란과 아마도 심장의 빠른 박동을 일으키게 하는 가운데, 수천 번이나 짓눌리고 짓눌리지 않은 게 없으리라.’_쥘 미슐레 [새], 가스통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에서 인용.
[물 없이 하는 빚음, 가슴에 압력을 가해 짜는 펠트.]
집은 꿈을 빚고 구워 탄생시키는 곳입니다
집은 꿈을 보존하고 키워가는 공간(곳간)입니다
우리는
두 개의 자궁을 거쳐 살아오고 갑니다
어머니의 자궁과 집이란 또다른 모체입니다
긴 세월 동안 대지에 뿌리 내린 요람(집)은
자연의 횡포와 형체 없는 비존재의 공포까지,
안과 밖의 대립으로부터 보호해 왔습니다
집은
완벽한 몽상가(작가)를 키워내는 장소입니다
장롱이며 서랍이며, 찬장이고 다락방이며,
자바라 흑백텔레비전과 전화교환원이 안내했던
수화기 너머의 세계와 이불 더미 동굴에서,
항아리와 벌레의 집, 제비와 박씨 등등,
미지의 세계를 꿈꾸도록 몽상을 길러냅니다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세계정복의 꿈 또한,
정의로운 사도가 되고픈 미래를 꿈꿔왔습니다
짝(첫)사랑의 설렘과 실연의 눈물도
사면의 벽과 숨죽인 구석만이 간직한 비밀을
집은 아직도 안전하게 지켜내고 있습니다
집이란 부모님의 꿈이 불쏘시개로 쓰여
자식의 꿈을 구워내는 뜨거운 가마터입니다
어릴적 집은
대궐이든 오두막이든 성채 같은 존재였습니다
둥지를 떠나버린 어린 새들의 꿈을 추억하며
눅진한 그리움에 있을 모든 부모님께 바칩니다
마음껏 꿈꾸며 자랄 수 있도록 지켜준 집(부모)은
언제나 오래된 동경憧憬의 향수입니다
꿈속에서 가끔씩 드넓은 들판과 좁은 골목길
마당과 지붕 위를 날아다닙니다
피식 웃을 그대이지만 꿈은 경험의 반영인 만큼,
어린 시절을 찾아서 떠나려는 무의식의 여정은
온갖 감정을 대신한 비상飛上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