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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자 Aug 05. 2024

그대에게 4

그대에게 4_김경민



시골엔 모든 게 풍족합니다

그중에도 보석이 많다는 것입니다

세공까지 겸한 천연 광물입니다

이슬이 내렸거나 이슬비가 내리면

그야말로 진풍경입니다

자루 따위는 필요가 없습니다

전부 그대의 것입니다


나도 한때는

보석과 명품을 좋아했습니다

그것들이 ‘나’인 듯했습니다

새로 구입한 코트를 입고 나갔었는데

아이가 실수로 양념장을 엎었습니다

당연히 나의 ‘신상’ 코트에도 묻었습니다

식사고 뭐고 세탁소부터 가야했습니다

가방과 목걸이나 반지는요?

줄이 끊어질까, 닳을까, 흠이 날까

세상에서 가장 빛나야할 보석들은

장롱 속 관객 없는 연극에 지쳤을 것입니다


타인의 시선이 뭐가 그리 중요했을까요

돌아보니 전부 거추장스러운 일임을.

주객이 전도된 삶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부끄러워해야할 것은

나 자신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누구도 등을 떠밀지는 않았습니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섭니다

현관문은 보물창고로 들어서는

가장 가깝고 쉬운 열쇠입니다

이슬을 품어 안은 거미줄은

수많은 다이아로 휘청됩니다

나뭇잎 차보라이트는 어쩌고요

무당벌레는 루비와 호박을 입었고

하늘은 사파이어를 품었습니다

풀꽃들은 그야말로 진품珍品입니다


그대는 언제쯤 오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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