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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자 Aug 07. 2024

그대에게 5



그대에게 5_김경민



어느 날 갑자기


열심히 살아온 것 같았는데

모든 게 거추장스러웠습니다

사실 두려웠던 게 맞습니다

많던 이목구비들이 목각인형처럼

감정 없이 웃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대체 누구였고, 누구였을까요


돌이켜보건대

나는 나를 위해 산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맞춰 그들을 위해,

그들의 눈치를 보며 살았던 것입니다

떠나가는 타인을 붙잡지 못해 울고

떠나간 자리가 허해 탄식했습니다


가까이 있기에 소중함을 모른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세상 살아가는 거 별 거 없더라?

하지만 ‘큰’ 것이 있었습니다

뭇 시선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후

나의 눈에는 새로운 세계가 열렸습니다

‘가족’, 그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야말로 진정 실존하는

나의 ‘편’임을 깨닫기까지

허상인 별들과 함께

우주의 반은 헤맸던 것 같습니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가 아니라

늦깎이에 철이 든 나는, 이제야

빈 수레에 가족을 수거해 봅니다

한가득 들꽃도 따서 안깁니다

수레의 무게(비만을 만들겠다는 건 아닙니다)가 늘어날수록

나는 행복해질 것입니다

언덕바지에 휘청거리더라도

절대로 나를 탓하거나

원망치도 않을 그들임을 알기에.


그대의 수레엔 누가 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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