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가상각의 끝에서 만나는 축복

인생은 한시적 프로젝트

by 운명의 재무제표

감가상각의 끝에서 만나는 축복



인생은 한시적 프로젝트



나는 한때 완벽한 재무제표를 꿈꾸는 사람이었다.
자산은 늘어야 했고.... 성취는 우상향을 그려야 했다.
오차 없는 숫자로 내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인생은 상장기업이 아니었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아무리 관리해도........... 이 프로젝트에는 끝이 정해져 있는 만기가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죽음이 싫었다.
공들여 쌓아온 자산을 단숨에 0으로 만드는 강제적인 청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정작 놓치고 있던 진리가 있었다.

모든 자산에는 내용연수가 있다.

아무리 값비싼 건물도...정교한 설비라도....
모든 것들은 시간 앞에서는 마모된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조금씩 감가상각을 진행하고 있다.

가치를 잃기 때문이 아니라 시간을 사용했기 때문에....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시간이라는 한정된 자본을 배분받는다.

그리고 매일, 하루씩 비용으로 처리한다.

나는 한때 이 소멸이 억울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울하지 않다.

내용연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오늘이 빛난다는 것을....

만약 삶이 영구자산이라면
지금 이 순간은 아무런 희소성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죽음은 어쩌면 우리를 겸손하게 만드는 최종 감사보고서다.

그 앞에서는 재벌도, 노숙자하는 사람들도... 어떤 누구도 동일한 결론을 가진다.

순자산은 모두 비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비로소 비교의 장부에서 해방된다.

인생의 완성은 더 많이 축적하는 데 있지 않다.

정해진 내용연수 속에서 어디에 시간을 투입했는가에 달려 있다.


나는 이제 죽음을 원망하지 않는다.

매일 줄어드는 물리적 자산 대신 매일 깊어지는 감정적 수익을 찾아 본다.

감가상각은 손실이 아니라 내가 사용한, 사용의 기록이다.

오늘도 나는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기꺼이 비용 처리한다.

설사 그 하루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는 다면 더 좋고, 설사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와 헤어짐이 일어나도 좋고,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잔다고 해도 좋다.

그리고 오늘 스스에게 묻는다.

언젠가 마주할 최종 청산의 날이 온다면 당신은 어떤 주석을 남기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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