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기업의 원칙
내가 아는 세상의 대원칙 중 하나는 계속기업(Going Concern)의 가정이다.
기업은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예측 가능한 기간 동안 영업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모든 재무제표가 작성된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스스로가 언제든 멈출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삶이라는 거대한 법인은 우리가 울고 있는 순간에도 쉼 없이 가동된다.
예전 연인과 이별했을 때 나의 내면 장부는 그야말로 완전한 자본잠식의 상태였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눈물로 장부를 적셨다. 사랑이라는 거대한 자산이 휴지조각이 되었을 때 나는 내 인생의 가치가 완전히 상실되었다고 판단했다. 회계적으로 표현하자면 자산의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에 미달하여 아주 큰 손상차손을 인식한 셈이다.
당시엔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고 이대로 폐업을 선언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이제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의 미래 재무제표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기이한 일이었다. 분명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나의 생물학적인 욕망은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 눈물을 쏟으면서도 배가 고프면 밥을 먹었고 생리적인 현상이 찾아오면 화장실로 향했다. 스스로가 정해서 정신은 폐업을 선언했는데 몸이라는 현장은 여전히 가동 중이었던 것이다.
왜 우리는 고통의 한복판에서 이 사실을 망각할까?
그것은 우리가 영업외손실(이별, 슬픔, 고통....)에만 매몰되어 매일 매일 발생하고 있는 기초 영업활동의 가치를 저평가하기 때문이다.
숨을 쉬고, 밥도 먹고, 다시 잠드는 행위.....이것은 인생이라는 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영업활동이다. 우리가 아무리 거대한 슬픔에 잠겨도 우리 몸은 본능적으로 나의 기초자산을 지켜내며 내일의 장부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100% 완벽한 우량주는 없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재벌의 장부에도 남모를 부채와 우발채무는 반드시 존재한다. 다만 그들은 장부의 한쪽 면이 적자로 물들었을 때도 반대편에서 묵묵히 돌아가는 생존의 바퀴는 멈추지 않았을 뿐이다.
고통의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더 이상 가능성이 없는 한계 기업이라 낙인찍는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당신이 오늘 먹은 한 끼의 식사.....그리고 하루 하루의 잠은 당신의 인생이 여전히 계속기업임을 증명하는 증거이다. 슬픔은 일시적 비용일 뿐 영구적 자본 감소가 아니다.
1년의 눈물 끝에 내가 깨달은 것은 아무리 가혹한 손실이 발생해도 나의 기초 체력은 단 한 번도 가동을 멈춘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무너질 것 같은 고통 속에 있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오늘 당신의 장부에는 거대한 손실만 기록되어 있는가?
자세히 보라. 그 손실 속에는 생존이라는 매출활동이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
당신의 인생은 지금 이 순간에도 경영되고 있다.
단, 0.00000000000000000..................................001%의 가능성만 있다면
당신은 여전히 회생 가능한 우량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