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평균 1등급에서, 쉬었음 청년까지

스스로 똑똑하다고 믿었던 내가 무너져간 과정을 돌아보며

by 예월
Der Vogel kämpft sich aus dem Ei. Das Ei ist die Welt. Wer geboren werden will, muß eine Welt zerstören. Der Vogel fliegt zu Gott. Der Gott heißt Abraxas.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그다지 치열하지 않았던 고등학교 생활



나는 학창 시절 공부를 좀 하는 편이었다.

그런 나에게 공부는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었다.

조금만 공부해도 성적이 어느 정도 나왔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지능을 자만했고, 다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공부를 잘하고 싶으면, 공부를 하면 됐다.

...라고 쉽게만 생각했다.


수능에서는 수학을 제외한 모든 과목 1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대학에 가기엔 부족했다.

어쩌다 보니 반수하기도 편하고, 당시에 인식도 좋았던 교육대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반수는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교대 생활이 꽤 즐거웠다.

이대로 학교를 졸업하고, 초등 교사를 하는 안정적인 미래도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사실, 노력하고 경쟁하기에 귀찮았을지도.






사실 교사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평범한 대학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4학년 실습을 하며 느꼈다.


'아, 나 별로 교사하고 싶어 하지 않는구나.'


워낙 생각이 많고 자극에 민감했던 편이라

오히려 이런 크고 중요한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걸 피했었던 것 같다.

생각하면 고통스러우니...


졸업할 때가 되어서야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다.

코딩이 눈에 들어왔다.

고민 끝에 임용을 포기하고 개발자에 도전하기로 했다.


운이 좋게도 테스트에 통과해 지원을 받으며 개발 공부를 하게 됐다.

열심히 했다.

꽤 열심히 했다.

그리고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개발자로서의 미래를 그렸다.




공황이 찾아오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상태가 좋지 않음을 깨달았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그렇게 열심히, 치열하게 살지도 않았는데, 내가 고장 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인생의 의미나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였을까.

우울함과 공허감을 일상에서 자주 느끼곤 했다.

그래도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돈 아니었는데...

그동안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자신을 돌보지 않은 대가가 찾아왔다.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약도 먹고 치료도 받았다.

꽤 괜찮아졌다.

그래도 더 쉬었다.

명작이라 불리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게임을 했다.

힘들지만 즐겁기도, 의미 있기도 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1년 정도가 지났다.


이제 다시 도전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취업 준비를 시작하다


몇 년 전 쌓은 프로젝트 경험과 자격증을 정리하여 취준을 시작했다.

그렇게 급하진 않았기에, 적당히 준비했다.

난 당연히 작은 회사 정도는 붙을 줄 알았다.

...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면접도 여러 번 갔으나 전부 떨어졌다.


어느 순간인가 자신감이 없어졌다.

그동안 근거가 없더라도 자신감이 넘치던 나였는데,

이제는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아니, 내가 할 수나 있을지 의심이 들었다.



그럴 때면,

이불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게임을 켰다.

책을 펼쳤다.


그러다가 괜찮아지면 다시 취준을 슬금슬금 해봤다.

하지만 좋은 결과는 없었다.



이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자존감이 바닥났다.

평소에 하지 않던 주변 사람과의 비교를 시작했다.

나랑 같이 공부하던 저분은 대기업을 갔구나.

동기들은 벌써 몇 년 차 교사구나.


분명 채용 시장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지만, 내가 무능력한 게 더 크다고 생각했다.



이 나이 먹고 돈도 못 버는 내가 쓰레기처럼 느껴졌다.

느껴졌던 걸까?... 실제로 쓰레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자만했고, 건방졌고, 운이 좋았는지.

그렇게 다른 사람을 함부로 평가해선 안 됐다.

나는 다르다고 생각해선 안 됐다.


무의식 중에 무시해 오던,

무능하고,

게으르고,

멍청한... 사람이 거울 안에 있었다.

ChatGPT_Image_2025%EB%85%84_10%EC%9B%94_12%EC%9D%BC_%EC%98%A4%ED%9B%84_05_14_12.png?type=w966 거울 속의 나 (AI 생성)


벌을 받은 거였을까?

하지만 꽤 착하게 살아왔던 것 같은데.


왜 내가 이렇게 됐을까.


그렇게 나는 망가졌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때로는 아침에 눈을 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객관적으로 그렇게 어려운 상황이 아님에도,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 나 자신이 이해가 안 됐다.


그 사실이 스스로를 더 쓰레기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러다가도 때로는 '그래도 다시 해보자' 하는 에너지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모습은 저 멀리 있었고, 나는 밑바닥에 있었다.

목표가 너무 멀리 있으니 한 걸음을 옮기는 것도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어쩌다 에너지가 생겨도 '나한테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싶었다.


현재가 미웠고, 미래가 너무나 두려웠다.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하지도, 앞으로 나아가지도, 방향을 정하지도 못하고 있는 내가...



자신이 정말 너무 한심했다. 싫었다.


.

.

.




그럼에도 살아가는 것


그럼에도... 사람은 희망으로 살아간다.

정말 그렇다.

이 2년간의 아픔과 고통이 아무 쓸모없진 않았다.


나 자신을 자세히 돌아볼 수 있었고,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을 온전히 믿지는 못하겠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나아가고자 한다.

스스로를 응원하고자 한다.

꼭 잘되지 않아도 좋다!

하루에 한 걸음만 나아가자.


오랜 고민 끝에 얻은 결과이자 결심이다.


그리고 언젠간... 내가 그럴 능력이 생긴다면,

그동안의, 지금의 나처럼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

진심으로.


예전의 나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생각이다.






제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지는지, 그 과정을 남기고자 합니다.

때로는 다시 주저앉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자주 찾아오겠지만요,

더 이상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싶습니다.

그러기엔 제게 주어진 인생이 너무 허무하면서도...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