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던 어린이집, 문화센터, 경단녀라는 단어가 내게 삶으로 다가왔다. 9개월에 접어든 복댕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문센에 다니고 있고 여름학기부터는 2번씩 다닐 예정이다. 처음에는 낯을 가리는 아가를 위한 문센나들이였지만 이젠 친하진 않지만 외로운 육아생활에 벗이 될 엄마들을 만나고파 등록했다. 문센에 다닌 지 3개월차지만 아가 복댕이는 아직 사람들을 낯설어한다. 그래도 또래 친구들을 보는 건 행복해보인다. 여름학기 등록 무렵, '여름에는 곧 일해야하는데 등록해야할까'라는 생각에 망설였다.
어린이집 콜을 받은 지금도 똑같이 망설이고 있다. 어린이집 2군데서 연락이 왔다. 동네에 친구는 없고^^; 문센이나 조리원 아가들은 아직 어린이집 생각이 없으니, 어린이집에 대한 정보가 있을리 만무하다. 국공립어린이집은 너무 멀어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가정어린이집에 신청해뒀다. 첫 번째 어린이집이 연락온 건 3달 전인데, 그땐 너무 어려서 돌 지나고 보낸다고 말씀드렸고 이번에 새로 반을 만든다고 연락을 주셨다. 두 번째 어린이집은 가장 가까워 몇 번 연락드렸지만 통 연락이 닿지 않았고 이번에 새로 반을 만든다고 똑같이 연락이 왔는데 당장 다음 달부터 다닐지 3일 내로 결정하라고 하셨다.
어린이집 원장님 말씀도 맞다. 어차피 보내려면 두세달 먼저 보내나 늦게 보내나 똑같으니 일찍 보내라는 것. 그런데 엄마 마음이 그렇지 않다. 게다가 난 첫째 엄마인데 말야. 엄마가 되어 '나도 애 키워봤다', '유별나게 하지 않아도 된다' 말을 종종 듣게 되면 움츠러든다. 특히 전업육아맘이 된 이후로 밖에서는 더 행동을 조심하게 되고 누군가에게 욕먹지 않을까 하는 괜한 우려가 든다. 그래서 그런지 어린이집을 쿨하게 보내지 못하고 망설이게 되는 것, 또는 (현재는) 전업맘인데도 어린이집을 알아본 것 등에 대해 아이러니한 죄책감 비슷한 걸 느끼고 있다. 오늘 상담을 간 두 번째 어린이집 선생님은 아이에 대한 배려가 몸짓에 담겨있는 것 같아 보였는데 많이 지쳐보이셨다. 아이 엄마도 하루 종일 아가를 보면 힘들고 지치는데 이해가는 부분이다. 이해하지만 그런 분위기에 선뜻 내 아이를 맡기는게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난 왜 쿨하지 못한 걸까 ㅠㅠㅠㅠㅠㅠ
어제밤 남편은 당장 취업을 하지 않더라도 준비할 시간 또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혼자 조용히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신은 어쩜 그리 어린이집을 쉽게 생각하냐며 핀잔을 줬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그런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같긴 하다. 지금은 친정에서 많이 도와주고 계신데 내 시간을 갖고자 부탁드리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으며 월화수목금금금 일주일을 일하는 남편은 앞날 걱정에 더해 개인 공부 시간도 너무 부족해 육아를 할 여력이 없다.
경제적 상황이나 남편의 정신적 고통을 보고자면 나도 하루빨리 전업맘 생활을 탈피해야할 것 같다. 서류상 nine to six 인 회사원으로 돌아가자니 어린이집은 아무리 빨라도 등원이 8시, 제일 늦는 하원이 저녁 7시인데 계산이 안된다. 그렇다고 경력 다 버리고 집앞 스타벅스에서 일할 순 없잖아.(누가 뽑아준다나. 그렇다하더라도 그럼 알바하는게 가계 경제에, 경력에 마이너스다) 만약 저녁반이 있다 하더라도 덩그라니 늦게까지 내 아이만 남아있다면....
어서 빨리 또 다시 회사원이 되어 가계 경제에 보탬이 되든, 아가를 위해 전업맘을 조금 더 해서 한 두시간이라도 어린이집에 보내든 아니든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사회 기준으로 고급 인력이 생각보다 많이 전업 육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육아에만 집중하는 엄마들이나 또는 직장으로 돌아가는 워킹맘들 중 고민없이 후회없이 오늘을 사는 엄마는 드물테지만 그렇게 지향하는 바가 확고한 엄마들이 부럽다. 내가 이리도 지지부진한 사람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