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은 이기적인 엄마
"글쎄, 왜 아플까?"
"왜 아파요?, 어린이집 가서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도 생각에 빠지게 된다. 글쎄, 왜 아플까.
정확히 14개월 25일된 우리 아기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10개월 즈음부터 다니기 시작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두달도 안다닌 것 같다. 선생님들과 환경이 좋아보여 계획보다 매우 일찍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일주일에 3시간을 채 안다녔다. 돌이 지나고 나서야 낮잠 자는 적응 기간을 가졌다. 13개월부터 천천히 보내고 싶다는 계획에 어느정도 맞아 떨어지긴 했다.
보통 어린이집 다니는 첫 해 1년 동안은 자주 아프고 감기약은 달고 산다던데 낮잠을 자기 시작하면서부터 정말 자주 아퍼 등원 못하는 날이 많게 됐다. 돌잔치 이후 수족구에 걸렸고 그 이후 콧물 콧물 콧물 그리고 날이 쌀쌀해지니 기침, 가래 등원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 사실은 수족구에 걸린 건 어린이집에서라기보다는 문화센터에서 시작된 거였다. 어린이집에서도 바이러스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화센터 친구들이 한꺼번에 차례로 걸려버렸으니 그쪽이 더 확실한 이유일테다.
동네 주변에 전업엄마가 어린이집을 보내는 집은 우리집 뿐이니 아기가 아플때마다 조금은 눈치가 보인다. 어느 집 엄마는 감기라도 옮을까 키즈카페도 안간다고 하는데 처음에 어린이집 다닌다고 말했을 땐 아차 싶기도 했다. 아기가 자주 아프니 어린이집을 도대체 왜 보내는지 이해 못하는 엄마들이 많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 쓰인다.
또 변명을 하자면 다시 복귀를 할 계획으로 어린이집을 알아보던 차에 마음이 가는 어린이집을 만나게 됐다. 원장선생님의 말씀대로 처음에는 천천히 보내다가 돌이 지나고 걷게 되면 조금씩 보내자하는 마음으로 선택하게 됐다. 물론 아동수당을 몇 달간 포기하고 가정양육보다 오히려 금전적으로 더 나가게 됐지만 아이가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린이집에 등원하던 첫 달에는 아이를 안고 어린이집 가방을 매고 다니면 길거리서 "저 조그만 아가를 어린이집에 보내다니!"라는 쓴소리도 들었고 김밥 한줄 사먹으러 간 분식집에서는 포장을 기다리며 엄마가 아들에게 "넌 어린이집 안보냈어. 엄마 일할 땐 집에서 보모가 해줬지"라며 대놓고 말하는 분도 계셨다. 우리 아기 면전에 "어머 불쌍해라"라고 말했던 G*25 편의점 점주에게 지금이라도 가서 따지고 싶은 심정이다. 그땐 너무 속상해 아기를 재워놓고 밤마다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속상하다. 아플 때마다 듣는 소리, "어린이집에 가서 그래요?". 집 안의 큰 이슈와 아기의 계속된 잔병치레에 일로 복귀에 대한 계획이 점점 멀어지고 있어 '아직' 전업맘이다. 때문에 조금만 아파도 다른 아기들에게 옮길까, 또 내 아이가 컨디션도 안좋은데 스트레스 받을까 하는 마음에 그런 때는 가정보육하고 있다. 또 수족구나 열감기 같은 '정말' 바이러스성 질환에도 완전히 깨끗하게 회복할 때까지 보내지 않는다. 오랫동안 등원할 수 없을 때는 주변의 말대로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아야할까', '정말 일이 결정난 다음에 보내야할까'라는 고민을 심각하게 하게 된다.
처음 어린이집을 보냈을 때 이유, '친정엄마를 너무 많이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서'(물론 지금도 고생시키고 있다...)', '막상 어린이집이 필요할 때 결정권이 없는 상태로 신뢰없는 어린이집에 보내야할까봐'가 지금도 유효하다. 점점 더 길어지고 있는 나의 이력서 공백기간에 부담감이 크지만 곧 언젠가는 일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 이번에도 아데노바이러스가 지나가고 요양기간을 충분히 가진 뒤 등원할 예정이다.
이런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 내 삶에 있어서 일하는 것 또한 가치있는 일이지만, 엄마로서 아기를 케어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고 마음가고 행복하고 오직 나만이 해낼 수 있는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5년 내가 살아온 삶이 '일'을 포기할 수 없음에, 그리고 그게 뭐라고 내게 조금의 생명력을 준다는 사실이 밉고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