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상처 신경쓰기엔 할일이 많아

크리스마스 맞아 엄마 배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생겼어요!

by NICK e Y


젖병 소독기가 있지만 한국 사람은 역시 팔팔 끓는 물에 데쳐야 균이 다 죽는 거지! 젖병 소독을 열심히 하고 있다. 이제 젖병 쓸 날이 머지않아 이런 일도 그리울 시절이 오겠지~ 룰루랄라 크아아아아아아아아 펄펄 끓는 물을 설거지통에 붓는다는 게 일부 내 배에 부었나보다. 아프다.


급하게 얼음찜질을 해도 쓰라리다. 어린이집 하원시간 3시까지 얼마 남지 않아 일단 약국으로 달려갔다. 병원 갈 시간은 없을 듯. 약사 선생님이 일단 화상 연고를 주셨는데 그래도 피부과에 가보길 추천하신다. 아프지만 괜찮을 것 같은데...?


참기름 냄새가 솔솔~ 나는 화상연고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너무 아파서 옷을 입을 수도 없을 지경이다. 그리 심하지 않은 것 같으니 괜찮아지겠지. 친구에게 얘기하니 피부과에 가야한다고 한다. 피부과에서 처방해주는 연고는 약국에서 사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고. 엄마한테 얘기하며 내가 켈로이드 피부라는 걸 잊었다. 아이를 낳은 후 내 피부에 대해 잘 알게 됐다. 사실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생긴 화상 상처는 미국 지도 만큼 컸다. 그럼에도 흉터는 아이를 케어해야하는 시간보다는 중요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주위의 걱정으로 생긴 작은 우려로 피부과에 갔더니 이름모를 광선을 쪼이고 소독을 해주셨다. 스타워즈에 나올 법한 이 광선이 꽤 효과적이란다. 이틀에 한 번씩은 와야한다는데 잘 지킬 자신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소아과 다니느라도 바쁜 이 와중에 무슨 피부과란 말인가. 그리고 피부과는 수많은 병원 중에도 가장 여유롭고 내겐 조금 사치인 것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출산 전에는 이런 사고가 아닌 정말 아름다움을 위해 수시로 드나들던 곳 아니었던가.


거울을 보며 순간, 너무나 달라진 내 삶과 크리스마스 트리 화상에 대해 정말 크게 걱정하지 않는 내 생각에 웃음이 났다. 많이 달라졌구나. 어찌보면 처량하고 어찌보면 용감하기도 한 이 상황이 재밌기만 하다. 물론 남들이 보면 가엽거나 궁상맞아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몸 상처에 신경쓰기엔 너무 할일이 많다. 널브러진 아기 장난감, 먼지 쌓인 카페트, 소독하다 만 젖병, 아직 준비하지 못한 오후 간식, 널지 못한 세탁기 속 빨래, 개지 못해 가득한 빨래통, 읽고 싶어 구해둔 책 더미 ··· 하루가 48시간이면 좋겠다...! 그리고 솔직해지자면 이 커다란 화상 상처보다는 늘어진 뱃살이 더 신경쓰인다. 병원에서 소독하는데 괜시리 창피해지더라.


나중에 아이와 함께 여름 휴가를 떠난 그날엔 이 상처가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켈로이드 부분을 살짝 비켜나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같은 근거없는 자신감도 있다. 그리고 그때는 뱃살도 쏙 빠져 출산 전 입던 비키니도 입을 수 있지 않을까. 과연... :-/ 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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