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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e Y Sep 28. 2021

유치원 선택으로 아이의 인생이 바뀔까

독립 :

1.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아니하는 상태로 됨.
2. 독자적으로 존재함.
3. [법률 ] 개인이 한집안을 이루고 완전히 사권(私權)을 행사하는 능력을 가짐.


'독립'의 뜻을 검색해보니 메마르기 짝이 없다. 의존적 성향으로 삶을 헤쳐나가기 어렵지만 너무 지나친 독립성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1부터 10까지 어느 정도의 주체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게 좋은가, 내면의 힘을 기르려면 무엇을 보고 배우며 커야 할까 하는 상념이 파고드는 날이다. 


내년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어린이집 엄마, 아빠들이 모여 유치원 걱정거리에 대한 담소를 나눈다. 남들이 보면 당연히 가는 유치원도 막상 닥치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뭐 이리도 어려운지, 세상에나 유치원의 종류가 정말 많았다. 잘 나가는 집이면 보낸다는 영어 유치원, 가성비 좋은 병설 유치원, 놀이 중심의 사립 유치원, 교육 중심의 사립 유치원, 보육 중심의 어린이집, 활동 중심의 YMCA 점점점점점점


이야기를 나누다 내 아이를 보면 괴리감이 너무 커진다. 지렁이만 봐도 까르르 마냥 웃고 떠는 아이들, 밥 한 숟가락 제대로 푸지도 못하고 감정 조절에 익숙하지도 않은 아이들인데 교육의 시작이라니. 아무리 하루씩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이라지만 부모의 머릿속 길과 아이들의 현재는 틈이 벌어지는 것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생각 조차 혹시 내가 아이를 과소평가하는 게 아닐까, 뭐든 환경을 제공해줘야 아이도 그 이상으로 보고 배우고 성장하는 거니까, 라는 생각이 뭉게 뭉게 피어 오른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의 우려와 달리 아이들의 환경 적응력은 정말 뛰어나다. 


유치원 이야기에 꽃을 피울 때쯤 아차 싶다. 결국 아이의 미래를 정해 놓고 어느 길로 가볼까요 선택하는 게임인가 싶기도 하다. 영어 유치원을 가면 '영어를 우리 말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초중고등학교땐 국영수만 신경쓰면 된다'고 일반 유치원을 가면 '영어를 포기하는 것' 또는 사교육을 시켜야 해서 결국 영어 유치원 비용과 다름없을 수 있다고 등 


누가 묻는다.

'누구 엄마는 공부를 잘 했다면서요? 그럼 누구를 공부시키고 싶으세요?'


그렇지는 않다고 말하는 나 자신도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기본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기본이 문제다. 서울대 나온 것도 아니고 평생 공부만 해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 나 또한 공부가 인생에서 제일 쉽고 공부를 선택하지 않으면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건 안다. 꼰대가 되어가고 있다. 내가 공부해보니 역시 공부만이 살 길이란다 또는 아니야, 너는 하고 싶은 걸 해도 된단다, 대학은 가지 않아도 돼, 이 모든 것들이 부모의 욕심이다. 욕심은 나쁜 건 절대 아니지만 그 욕심도 아이를 보고 부려야 함을 잊지 않고 싶다. 


그런데 자꾸 이 공부와 인생을 '헤쳐나가는' 힘과 결부시켜 생각하게 된다. 별개일지도 모르나 영어 유치원에 간다고 국공립 어린이집을 다닌다고 성공을 보장할 순 없다. 결국 아이와 함께 내 삶을 걸어가며 바라보는 곳은 '독립'이고 그 독립의 길에는 너무나 많고 사람에 따라 힘든 시련이 있을 수 있다. 시련이 없는 사람, 행복만 가득한 삶을 사는 사람은 개뼈다귀 삶의 자세따위 필요하지 않겠지만 그런 삶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행복이란 일상에서 맞이하는 순간의 감정이기 때문이다. 태양이 내리 쬐면 잠시 겉옷을 벗고 천천히 걸어 갈 수 있는 사고, 바람이 세차게 불면 외투를 입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손을 잡고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 영어를 잘했다고 공부를 못했다고 내면의 힘이 있고 없고 하지 않은 것 같다. 


엄마들이 자꾸 묻는다.

'누구 엄마는 어느 유치원 보낼지 결정했어요?'


아니오. 명확하지 않지만 유치원을 선택하는 우리 가정의 기준은 이거다. '합이 맞는 곳'.

영어도, 시설도, 등하원 시간도 아닌 가장 어려운 기준이고 코로나시대에 유치원 상담도 미정이기에 너무 어려운 기준이다. 어린이집도 그렇게 보냈다. 이 어린이집이 우리 아이와 잘 맞을까, 나와 잘 맞을까.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어딜가든 아이가 잘 적응하고 즐거워할지다. 어른들이 보기엔 공부라 해도 아이들은 새로운 걸 접하는 것 자체가 놀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합이 맞는 곳을 찾았어도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데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말 트루먼쇼같이 누군가 정해놓은 노선에서 이탈하면(영어 유치원을 가지 않으면) 세상살이 어려운 길로 들어서는 걸지도 모르지만 어딜가든 모든 순간을 잘 맞이하고 때로는 이겨내고 때로는 즐길 줄 알면 된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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