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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e Y Jan 17. 2023

행복하고 불행해서 내일이 두렵다

나의 모든 걸 사랑한 죄 #엄마에게하지못한말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해?라고 물었다.

엄마는 인정, 남편도 인정이라고 대답했다. 아마도 이 전 이야기 흐름에서 인정에 대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내 물음의 정답을 찾으려 대답했을 거라 본다. 아빠에게 물으니 찰나 생각 끝에 '건강'이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5년 전 아빠에게 닥친 의료 사고로 세상을 잃을 뻔한 시절이 생각났다. 아마도 그 자리에서 우리 모두 같은 생각을 했겠지. 아차, 건강도 맞지만 내가 생각한 답은 바로 '사랑'이었다. 우리는 사랑하기에 이 시간을 견뎌 오늘에 이르렀다. 



이십 대를 멀리 바라보면 정말 식상하고도 평이한 그 단어, 사랑과 열정으로 고군분투하며 살았다. 열정 페이를 받아도 새벽 퇴근은 당연했고 출퇴근하며 새벽하늘에 뜬 별을 바라볼 땐 개운하고 즐겁기까지 했다. 바빠도 연애를 놓은 적 없었고 별 것도 아닌 일로 집착하고 소유하고 질투하고 웃었다. 서른의 삶은 예쁨으로 가득했던 통통 튀는 스물의 삶과 너무 다르기에 함께 서른의 장을 펼친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스물과 서른의 나는 바삐 움직이며 한 자리에 있는 데, 남편만 덧붙여졌고 이후에는 아이가 덧붙여졌는데 아예 다른 삶을 살고 있기에 그 탓을 하고 싶었을 거다. 서른의 끝에 와있는 지금, 이제야 나의 충만했던 서른 시절을 받아들였고 마흔을 축복할 준비를 한다. 



일과 연애로 스물을 물들였다면, 오늘은 부부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서른의 끝, 서른아홉. 나의 오늘은 너무나 행복하고 불행해서 내일이 두렵다. 우주에 둥둥 떠서 몸을 움직인다. 아등바등 움직이는데 저기 저 행성에 이르지 않고 어찌 늘 그 자리에서 버둥거린다. 머리 쓰는 게 너무나 지쳐 몸 쓰는 일을 하고 싶다던 남편은 사업을 하고 또 일을 만들고 사기를 당하고 난 정리하고 마무리하고 아이가 생기고 직장을 잃고 아빠는 생사를 오가고 남편은 또 크게 벌이고 난 정리를 하고 시댁은 나를 악하게 만들고 남편 멘털을 잡아주고 격려해 주고 조카가 하늘나라로 갔고 가족은 슬픔에 빠지고 동생 부부는 바다를 떠올리고 엄마 마음은 감기에 걸리고 나는 멘털을 잡는다. 아이는 유치원에서 마음이 다치고 나는 해결하고 남몰래 울고 또다시 나는 일감을 구하고 남편은 다시 숨겼던 일을 걸리고 나는 아바타를 혼자 보며 울고 마음을 다지고 또다시 아이 앞에서 웃고 남편을 용서하고 시댁을 용서하지 못하고. 나의 서른은 너무나 가엽고 슬프고 또 기특하다. 험한 자갈밭을 밟으며 지나온 세월, 오늘은 너무나 행복하고 불행해서 내일은 또 어떠한 일이 생길지 너무 두렵다. 그리고 살짝 기대되기도 하다.



그럼에도 내 마음에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끈인 '사랑'이 늘 새록거리기에, 그러한 삶을 선택했던 나를 용서하고 나를 사랑한 당신을 용서하고 배려받고 싶은 마음을 욕심이라고 다잡으며 '사랑'이라는 놈을 원망하며 오늘을 산다. 내일도 오늘 같이 용감할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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