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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e Y May 07. 2021

누구나 슬픔을 안고 산다

우리는 누군가와 비교를 하며 살아간다. 과연 남의 삶을 견주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자존감'을 찾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또 부모가 된 어른이들도 '내 아이의 자존감' 키워주기를 늘 염두에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비교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놓치는 사실이 있다. 바로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진리다.


스치듯 처음 본 '수미산장'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어느 개그우먼의 속 사정을 보게 됐다. 늘 밝고 웃기만 했던 연예인으로만 생각했던 그녀는 남들 모를 어려움이 겪었고 그 어둠의 통로를 헤쳐 나왔더니 또다시 시작이더라고 했다. 흔히들 연예인 걱정은 쓸데없는 짓이라고 하는데 연예인 걱정이 아니라 완벽해 보이는 모두가 사실은 남모를 아픔, 슬픔을 안고 사는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서 나오는 유리 돔 안의 반짝이는 장미꽃도 누군가 본다면 그저 완벽한 장미 한 송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장미 꽃 잎이 떨어지면 야수는 영영 마법에서 풀려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지 않은가. 누구나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을 뿐 슬픔을 지녔고 순간 마음에 깊이 닿는 행복, 기쁨도 안고 살아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게 연결된 모든 존재의 무게가 묵직해지고 책임이 따르며 그로 인해 느끼는 슬픔과 기쁨의 감정마저 크게 다가온다.


나는 일에 열정적이었고 매사 열심히 살았고 착하고 성실한 남자친구를 만나 결혼을 했고 예쁘고 똑똑한 딸이 생겼고 우리 딸이 골라준 집도 사게 되었으며 제 2의 업으로 번역가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이 주어졌고 어느 정도 살 수 있는 만큼 남편이 돈도 벌어다주고 딸의 인연으로 동네에 좋은 친구들도 만나게 되었다. 이외에도 행복하고 완벽한 삶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듯하다. 


반면 번역가는 결코 수월하지 않은 도전이었으며 출산 후 건강이 쉽게 좋아지지 않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또 다른 출산은 꿈도 꾸기 힘들며 바쁘고 힘든 대학원, 회사 생활에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 남편이 항상 걱정되고 힘들게 노력해 이제야 약사로 일하는 동생에겐 보통 사람들이 겪지 않아도 되는 어려움이 닥쳤으며 살고자 노력하는 우리 예쁜 조카들이 걱정되고 이런 상황이 슬프고 애석하며 가장 친한 친구도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으나 보탬이 되어줄 수 없어 마음이 착잡하다. 소처럼 일해 벌어도 육아와 양립이 불가할 것 같고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방 하나라도 더 있는 집으로 이사 가야 할텐데 계산기 아무리 두드려도 답이 없다. 사실 더 쓸 수 있다.


기쁨도 슬픔에 대한 넋두리도 한 페이지, 두 페이지 공책 한 권을 다 채워 써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소소한 감사함이 있기에 오늘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또 남들과 비교하면 끝이 없기에 나만의 희망을 가지고 감사하며 조금 더 바라고 노력해본다. 노력해봤지 달라지지 않는 현실, 부를 성공이라 자부하는 세상에서 의미 없는 삶의 태도일지라도 그래야만 한다. 나자신과 내가 새롭게 만들어가는 가족, 그리고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함께 살아온 가족, 또 그 가족이 만들어가는 가족에 대한 모든 일들이 내게 주어진 책임이고 인생의 업이라고 생각한다. 다소 무거울지라도 함께 얼싸안고 함께 들고 가면 조금 가벼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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