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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새학기의 시작

by 삶으로서의 교육

개강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있는 시점에, 강의계획서를 입력하라는 연락을 받습니다.

진정한 학기의 시작은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이 아니라, 사실상 한 학기를 기획하는 이때입니다.


올해로 12년 차 강의이지만, 매번 그랬듯, 이때부터 새롭게 만날 (예비) 교사들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벌써 마음에는 봄바람이 붑니다. 동시에, 다시금 수업에 담아야 할 만만찮은 내용과, 애써서 형성해야 할 관계와, 참여를 권하며 힘써서 함께 만들어야 할 수업을 생각하면, 부담도 되고 긴장도 됩니다. 아, 물론 내가 뭐라고 이 생명들을, 특히 수많은 생명을 품게 될 이들을 가르치나 하는 무게감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교차된 마음이 개강 전날에는 절정에 달해, 종종 잠을 설칩니다.
막상 만나 한 두 주 지나면 서서히 익숙해지지만, 그 한 두 주가 지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준비와 에너지가 소여 되는지 모릅니다.
이런 동일한 에너지가 2학기에도 처음처럼 반복됩니다.
그래서 학기 단위로 지나는 대학에서의 시간이 무척 빨리 지나가고,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세월도 빨리 흐릅니다. 지난 십여 년의 시간이 한순간 같습니다.

고작 15주 수업임에도, 거기에 오리엔테이션과 수강정정 기간, 법정공휴일, 학교 기념일이나 행사가 수업 요일에 있을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눈을 마주치며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13-14주. 그 안에 다 담아내야 합니다.

제가 수업에 담고자 하는 것들은 이런 것들입니다.
"학생에서 예비교사로, 인식과 마음 전환하기
교육과정의 핵심 질문을 예비교사인 자신의 생의 질문으로 인지하기
교육과정의 핵심 질문에 답하는 분야 내의 다양한 답변을 이해하기
교육과정의 핵심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기
교육과정 문해력 기르기
교육과정 개정을 조망할 수 있는 안목 형성하기

다양한 학생이 있는 교실의 교육과정 설계와 운영에 눈 뜨기
관행과 모순을 거슬러 변혁적 교육, 대안적 교육 상상하기
조별과제를 통해 동료와 협업의 시너지를 경험하기
교사를 교육과정의 주체로 자각하고, 교육과정의 주체가 되기로 다짐하기

교직 인생의 끝을 보고 교직을 준비하기"

이런 본질은 변하지 않겠지만, 지난해에 제 교육 인생도 정리해보고, 교사 저서도 읽고, 교원(양성) 교육에 대해서도 고민해 본 시간을 지나왔던 터라, 다시금 제가 담당하는 수업을 변화해야 할 필요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바뀐 마음으로, 그 콘텐츠를 다시 사용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분명 다른 말, 다른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수업을 풀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래 동안 교사를 꿈꾸다 원하는 대학에 입학해서 놀고도 싶고 처음 교직과목 수업도 수강하게 된 1학년 마음, 교직과 인생진로를 고민하며 대학생활의 절정에 있는 3학년 마음을 생각하며, 학부 수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주경야독으로 다양한 전공교과목을 수강했고, 논문 주제를 고민하고 있는 3학기생의 마음으로 대학원 수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한 학기 동안 펼쳐질 수업을 어떻게 기획할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2020년 1학기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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