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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으로서의 교육 Mar 27. 2020

코로나 상황에서의, 교육!


이번 학기 맡은 학생들과 온라인 수업에 올인하느라, 요즘 돌아가는 상황에 의견을 더할 겨를이 없었는데요.

정제한 의견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한마디는 하고 싶습니다.


1

초중등 온라인 개학 반대합니다.

초중등 교육 전체적으로 볼 때, 학생 격차를 더 벌릴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은, 이미 학원마다 실시간 원격 수업하면서 격차를 벌리고 있는데, 따라가야 하지 않냐고요? 그렇더라도 그 격차를 더 벌릴 걸 알면서 해야 할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개학을 예상했다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함께, 중복 예산과 교사의 이중 열정 페이를 없애고, 온라인 동영상 수업과 실시간 원격 수업이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고, 학생들의 교육 가능한 제반 환경을 마련한 후, 개학을 결정해야 하지 않나요?

그게 아니면 그럴 수 있을 때까지 연기해야죠. 수능은 쉽게 출제하고 최소 기준으로 삼고, 정시 축소하고요.


2

교육 전문가들도, 주어진 2학기제와 수업 일수와 시수 틀에서 어떻게든 되게 하려고 애쓰기보다, 주어진 틀을 다시 사유하는 근본적인 접근이 절실합니다.

교사, 연구자, 정책가... 머리를 맞대고 각자의 자리에서 풀리지 않던 오랜 고민들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평소라면 그저 너무나 바쁜 3월의 일상 아닌가요...


3

이 상황을 9월 학기제 논의로 몰고 가서, '시간'을 의제로 삼게 하는 국면도 아쉽습니다.

이 상황을 온라인 수업을 위한 특수로 여기는 것도 아쉽습니다.

이 상황은 우리 교육의 오래된 근본 고민을 해결할 특수가 되어야 합니다.


4

저는 이 상황이 교육의 근본 의제들을 다 들추고 있는 상황이라고 여겨집니다.  


학생들은 (학원 다니고 있는데) 학교에 왜 가고 싶은지.

학교가 아니면 안 되는 아이들은 누구며, 그들의 교육은 어떻게 할지.

그래서 학교란 무엇이고, 미래의 학교가 학교이기 위한 핵심은 무엇이어야 할지. (그것이 어떤 가치의 문제인지, 어떤 공간의 문제인지, 어떠한 상호작용의 문제인지)

그러니,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무엇을 핵심으로 삼아야 할지.

그 핵심적인 것 외에, 학교를 향한 요구로 들어온 다양한 역할을, 다양한 사회적 기관에 무엇을 얼마나 위임해야 할지.


(온라인 콘텐츠는 넘쳐 나는데) 교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교사의 교육의 핵심은(내가 행할 교육의 핵심은) 무엇이어야 할지.

새로운 환경 변화의 시대에, 그런 환경에 적응한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무엇인지.

상호작용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인한 배움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글로 이뤄진 시각, 소리로 이뤄진 청각을 사용하는 수업 외에, 다른 감각이 필요한, 혹은 오감이 필요한 수업은 어떻게 구현할지.

교사의 교육과정 재량권을 얼마나 어디까지 제도적으로 인정해야 할지.

학교와 시도와 국가 수준 교육과정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교사는 이런 오랜 교육적 의제를 고민하고 구현하는 동안 병행해야 할 행정업무가 무엇이어야 할지.

어디까지가 교사가 우리 반 우리 학년 우리 학교 아이들의 교육지원을 위한, 교사의 직접적인 행정업무여야 할지.


5

이런 근본 의제들을 부각하고 논의하면서도,

지금 당장,

학생, 학부모와 전화도 하고, 온라인이 가능한 아이들은 온라인 가정방문도 하고,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성장이 이뤄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교사의 마음이 가 닿도록, 다양한 시도를 통해 조력하며,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은 돌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

그리고 온오프라인 개학 시 고려해야 할 수많은 세부적인 고민들도, 불가피하게 해야 하죠.

수업 일수와 시수 조정 문제를 비롯한 온라인 수업 시수 인정 문제, 출결 문제, 진급과 유급 기준, 온라인 동영상 이수 확인 방법, 성취 기준의 평가 등등.


7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며, 전체적인 안목과 구체적인 안목이 동시에 요구되는, 그러면서도 해야 할 일은 정말 많은, 매우 바쁜 시기입니다.


건강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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