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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처음에는 그저 비통하고 참담했습니다. 그럴 아무 조건도 아니면서 11년간 예비교사를 만났던 사람으로서 남일 같지 않아서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프고 속이 심란하여 마음을 다스리며 일을 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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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그리고 이제 거의 연락은 없지만… 이 일을 누구보다 자신의 일처럼 여길 초등 저경력 교사인 그들의 카톡 프사가 바뀌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렸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고 위로를 해야 할지. 그런데 웬일인지 자꾸 죄책감이 밀려들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덜컥 내려앉는 마음으로 자기 점검을 하게 되더라고요. 혹시 내가 수업 증에 했던 말 중, 교사 개인의 탓으로 자책하게 만드는 말은 없었을까 하고요.
18년 19년 20년 학부수업에서 만든 단톡방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이들이 있었는데, 그날 후에 두 명이 나간 걸 알게 되자 마음이 어려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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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다울림 모임에서 제가 만난 분 중 가장 권위의식 없이 소박하고 겸손하신 교장선생님의 40년 교직 생활을 마감하는 축하 자리에 참석하게 됐고. 그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하신 선생님들 모두 학생에 대한 사랑, 교육적 능력, 학교 일에 대한 자발적 희생, 게다가 지혜도 탁월한 고경력 선생님들인데 이분들조차, 그날도 전쟁을 치르고 왔다고 하시거나, 신앙의 힘이 아니면 학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더 자주 했을 거라는 이야기에 이루 말할 수 없이 착잡했습니다. 그런 학교 환경에서 저경력 교사들은 어떻게 살아내고 있을까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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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토요집회 준비에 참여하시는 신규 함께 멘토 선생님들과 멘티 선생님들의 마음도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뭐든 하지 않을 수 없는 심정이 되어 매일 고작 글을 썼습니다. 오랜 기간 휴면 계정처럼 버려둔 브런치에도 글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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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으로 만난 지 20년이 다 돼 가는 초등교사 지인이 있습니다. 몇 번 권유했는데도 어느 교사단체에도 속하지 않은, 진중하고 침착하고 이해심 깊고 그 오랜 세월 함께 하면서 감정에 동요되거나 화를 낸 걸 본 적 없는 훌륭하고 또 평범한 교사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에게서 첫 학교에서부터 올해 일어나고 있는 일들까지 그와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그걸 다 어떻게 참았는지….!!!
그렇게들 참다 참다가 희생양처럼 가장 착하고 약한 부분에서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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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교직사회의 문제나 학교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범사회적 문제라는 사실. 결국 우리 사회가 병들어가는 걸 교직에서 교사들이 온몸으로 막고 있던 중이었다는 것. 지금은 초등이지만 곧 중고등학교로도 번진다는 것. 그걸 자각하게 되면서 고민이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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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교육과정 교육자의 자서전적 탐구’라는 글을 쓰면서 '진보'의 글쓰기 일환으로 교사를 지원하고 지지하는 학부모 운동이 일어나는 꿈을 꿔 본 적이 있습니다. 자금이 그 어느 때보다 그런 학부모 운동이 절실한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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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집회로 결집하며 세상 합당하고 바른 구호를 온 사회에 외치는 교사들을 통해, 수준 높은 시민의식으로 대중을 설득하고 있는 교사들을 통해,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변화가 교사로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