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라잎디입니다.
오늘 레터의 글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을 담아볼까 해요
자주 물어봐 주시는 것들 중에 하나는 ‘원래 일찍 일어났나요?’에 대한 것인데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새벽 레터에서 굳이 굳이 가장 개인적인 얘기를 해보려구요.
아래 글에선 14살, 19살, 20살, 24살, 26살, 그리고 지금까지 새벽을 맞이하고 친해지고, 좋아하게 된 과정을 담았어요☺️
언젠간 이 시기의 글들이 길어져 또 하나의 글이 되길 바라며 오늘은 간단히 축약만 해볼게요.
14살��
저희 부모님은 새벽 예배(5시 예배)를 다니시는데, 어릴땐 저도 종종 따라갔어요 (꼭 동생과 둘이 새벽에 자고 있을 때면 중간에 깨게 되었는데 부모님이 안 계신 조용한 집이 무서웠거든요) 그러다가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저는 예배 반주를 할 때가 있었고 중 1때 한 두달 정도 새벽 예배 반주를 하면서 새벽의 풍경들을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아주 차가운 새벽 공기, 분홍빛의 하늘, 스산하면서도 고요한 분위기, 촉촉하게 젖어있는 풀과 자동차 유리. 그리고 놀라운 건 사실 새벽이 그렇게 고요하고 무섭지만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빵집에는 자재가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간이었고, 편의점은 환하게 빛을 비추고 있고, 누군가는 서울로 출근을 하기도 하고, 교회를 오가는 차들도 있었죠. 내가 잠든 사이에 세상은 세상만의 새벽을 바쁘게 이루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는 새벽 예배를 거의 가지 않았죠. 너무 졸렸어요.�
19살�� �
저는 고3 때 갑자기 정시 준비를 하겠다고 빡센 독서실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누구보다 일찍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모님께 꼭 6시 전에 깨워달라고 했어요 (와, 지금 생각하면 진상이 따로 없는 고3이었네요, 부모님께 감사히) 학생들 중 제일 먼저 일어나서 제일 먼저 독서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기분을 한두 번 느끼다보니 중독되었던 것 같아요 ㅎ 그땐 새벽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른 아침을 좋아했어요.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밤샘 공부는 절대 못하던 저는 그야말로 일찍 자는 어린이였던 탓에 늦게 자는 습관은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20살��
그리고 전 서울로 대학을 입학했는데 대학교 1학년 때는 집에서 편도 2.5~3시간에 걸쳐 통학을 했어요. 9시 수업을 피할 수 없었던 1학년 때라 4시 30분에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5시 반~6시쯤 나와야 강의실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었거든요. 다들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는데 그땐 체력도 좋아서 그런지 술먹고 10시쯤 막차 타고 집에 돌아와 자고, 다시 4시 반에 일어나 수업을 다녔었네요? 새벽에 첫차를 타고 서울을 가면 차는 많이 차가웠기도 하지만 그 시간에도 차에 타서 어딘가를 가는 사람들과 기사님이 있었기에 새벽이 그리 외롭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후로는 독립하게 되면서 잠시! 새벽과 멀어졌습니다.
꼭 새벽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나 봐요.
24살�
약대 편입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 학원을 다녔는데 그때 학원이 새벽 6시에 오픈했어요. 저는 오픈해 주시는 선생님보다 종종 일찍 도착하는 학생이었는데, 씻고 준비하고 아침 먹고 학원을 가기 위해 5시에 일어나며 1년을 보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절대 절대 그렇게 못하겠고,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빠르게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성실함이 이길 것이라는 착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때의 경험으로 저는 제가 하고자 하는 것에 어느 정도로 집착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새벽은 잘 기억에 나지 않네요.
아래 사진은 그 당시 학원 앞에서 6시 10분에 찍은 사진이 있길래 가지고 와봤어요 ㅎㅎ
26살�� �
약대 편입시험은 불합격으로 끝이 나고, 오랜 기간 휴학을 했던 저는 복학하면서 알바를 시작할 준비를 했어요. 오후 시간엔 도저히 시간이 안 날 것 같아서 저는 새벽 알바를 열심히 찾았습니다. 지금도 있는 카페인데, 영등포 구청역 앞에 아침 7시에 오픈하는 카페 알바 자리가 있더라구요. 시간은 아침 6시 출근, 아침 9시 퇴근. 10시 반 수업이 있던 저는 3시간짜리 알바더라도 너무너무 하고 싶어서 바로 면접을 봤고 그렇게 4시 반의 일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요. 작게 작게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이 존재하는데 저는 이때 면접 봤던 경험이 제 인생에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유튜브와 레터, 라잎디의 시작이었으니까요.
4시 반에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하고 6시에 카페에 도착하면 문을 열고 기계 소리만 나는 카페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일을 1년 반 동안 주 5일을 했어요. 샌드위치 재료를 꺼내 6시부터 7시까지 샌드위치를 만들어놓고 7시 오픈할 준비를 했답니다. 그땐 라디오를 켜놓기도 했고, 잘생긴 알바생에게 말을 걸어볼 전략을 짜보기도 하고(?), 노래를 듣기도 하고, 가만히 통유리 너머로 지나가는 차소리만 들으며 아침을 맞이하기도 했어요. 새벽을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경험입니다.
아래 사진 중 왼쪽 사진은 6시 오픈하러 가는 길에 찍은 사진, 오른쪽 사진은 6시에 출근해서 샌드위치를 만들다가 찍은 사진이에요.
9시 퇴근을 하고 10시에 학교에 도착해서 수업을 들으려고 하면 얼굴이 피곤에 찌들어 회색빛이 되어 있었어요. 지금은 새벽에 일어나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만들어두었고, 6시간 정도 숙면을 취하고, 6년 동안 습관이 된 덕에 덜 피곤한데, 그때 당시엔 강제로 새벽 기상을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맞췄으니 재미있으면서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요.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저는 커피의 맛을 알게 되었고, 새벽 기상을 지속하게 되었고, 어떻게 말을 걸까 고민하던 잘생긴 알바생을 남자친구로 얻게 되었어요. �
그 후�� �
1년 반이 지나고 취업을 해 출근 - 퇴근 - 취침의 루틴이 너무 허무하고, 그동안 만들어둔 새벽 4시 반 기상이 아쉬워 새벽 루틴을 지속했어요. 신문을 읽기도, 책을 보기도, 아침 식사를 하면서 곁들일 많은 루틴들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여유가 생겼는지 잊었던 약대 편입시험을 도전하면서 2년 정도 공부를 병행하게 되었는데, 새벽 시간이 아까워 3시 반에 일어나는 직장 병행 수험생이 되었습니다.
3시 반에 일어나서 30분 정도 일기 쓰고 잠 깨고 4시부터 공부를 시작했어요. 제가 하면서도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간절함은 곧 움직임을 만들더라고요. 불가능한 일을 일단 해보게 만드는 추진력을 만들어줬고, 점심시간엔 운동을 해서 체력을 키우고, 주말엔 푹 자는 대신 루틴이 깨지지 않게 7시 반쯤 일어나고.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 기록하고 싶어졌어요. 이 열정과 루틴들이 잊히지 않도록 조용히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벽녘 레터를 구독해 주신 분들을 만나게 되었고요.
종종 댓글이나 질문으로 언제부터, 왜 새벽 기상을 하게 된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유튜브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에서 0의 순간을 물어보는 장면들도 종종 봐서 저의 0의 순간을 생각해 보기도 했구요. 그래서 두번째 레터를 통해 저의 새벽 히스토리를 읊어보게 되었어요. 언제부터 내가 새벽의 순간을 좋아했고, 이토록 놓치기 싫어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니 흘러 흘러 14살의 라잎디까지 찾아가게 되었네요 � 이번 글이 너무 길어 재미가 없으셨을까 걱정이 됩니다. 레터를 통해 다뤘으면 하는 다양한 부분을 아래 링크를 통해 공유해 주시면 저도 곰곰이 생각해 보고 글을 써 가볼게요!
유튜브 댓글 중에 라잎디 덕분에 새벽 기상을, 모닝페이지를, 독서를 시작했다고 남겨주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누군가의 인생에 무언가 하나의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고, 마음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여전히 그런 댓글을 기억이 오래오래 남게 되구요. 제가 좋아하는 새벽을 더 많이 소개하고, 자랑하고, 선사하고 싶어요. 제가 써 내려가는 글들과 엉성하게나마 기록해가는 모든 영상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느덧 2025년의 8월 새벽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남겨주신 의견 중에 새벽에 같이 열어보고 싶다고 하셔서 레터 발송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긴 5시로 해보았어요 ☺️
다들 잘 주무셨나요?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우리 같이 새벽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