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차오르는 새벽 산책
네 번째 레터로 인사드립니다. 잘 주무셨나요 여러분?
지난 세 번째 레터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새벽의 순간 두 가지에 대해 공유드렸었어요. 하나는 아침식사와 독서를 하는 시간이고, 하나는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새소리였어요. 이제 조금씩 매미 소리가 줄어들어가면 다시 가을의 새소리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벌써 설렙니다ㅎㅎㅎ 세 번째 레터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제가 새벽시간 중 좋아하는 순간 마지막을 말씀드릴게요 ☺️
제가 정말 좋아하는 새벽의 순간은 바로.....! ‘새벽에 하는 산책’이에요(조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기엔 너무 안 뛰어서 민망하거든요 하하)
여름엔 5시쯤 나가면 어스름한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는 새벽 한 시간을 제 눈으로 보고 있으면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행복함을 잔뜩 느끼게 됩니다. 제가 어떻게 새벽 산책을 하는지 소개해볼게요!
4시 반쯤 일어나서 가볍게 옷을 챙겨 입고, 모자 눌러쓰고 나가요. 어스름한 회색빛이 섞인 새벽의 집 앞은 정말 조용해요. 모두 잠들고 있나? 생각하지만 지나가다 보니 아파트에 불이 켜진 곳이 꽤 많아요. 각자만의 새벽을 부지런히 보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공원에 도착하면 깜짝 놀라요. 계절에 불문하고 사람이 항상 있어요. 여름 더위를 피해 일찍 나와 담소를 나누시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셔서 놀랐는데, 방금 도착한 게 아니라 자리를 잡고 한참 대화를 나누고 계신 거 보면 5시도 되기 전에 나오시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보곤 합니다. 낮의 해를 피해 강아지와 산책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새벽시간엔 사람도, 강아지도 많지 않으니까 편하게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두 존재를 보고 마음이 몽글해졌어요. 너무 여유로워 보였거든요.
그리고 나이불문 조깅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장비를 갖추고 뛰는 분들도 있고, 저처럼 편한 운동복 입고 뛰는 사람들도 있고, 땀이 이미 흠뻑 젖은 분들도 있어요. 이 공원에서 각자의 새벽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벅찬 마음이 들어요. 한마디도 안 하고 있지만 이 공간에서의 공감대가 형성된 느낌이랄까요.
몸을 풀어주고 걷고 뛰다 보면 해가 조금씩 뜨기 시작해요. 해는 얼마나 대단한지 뜨기 전부터 강렬한 빛이 먼저 전해져서 하늘을 밝히기 시작하는데, 맑은 날은 맑은 대로, 구름이 낀 날은 구름이 낀 대로 아름다워요.
해가 뜨기 전 분홍색 하늘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아래 사진의 하늘을 본 후로 새벽 산책을 갈 때마다 분홍 하늘을 찾고 있어요. 분홍빛의 하늘이 공원 위를 덮으면 다른 우주에 있는 기분이 들어요. 일상적이지 않은 장면이라 조금은 긴장이 되기도 하고, 뛰다가 멈춰서 핸드폰에 하늘을 계속 담아보는데 그 강렬한 새벽의 아름다움을 전달할 수 없는 제 사진과 글솜씨가 아쉬울 뿐입니다. �
트랙에서 뛰는데 해는 떠오르고 있어서 뛰는 내내 새로운 풍경을 보면서 뛰는 재미가 있어요. 특히 트랙 안쪽 잔디가 점차 밝아지면서 새벽에 내려앉은 이슬이 반짝일 때의 아름다움은 제가 서울에 있다는 것을 잊게 해 주고 이 스쳐가는 새벽이 아쉽다는 생각을 해요.
그렇게 뛰고 걷고 사진 찍고 하늘을 감상하다 보면 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해요. 30-40분 정도 산책을 한 건데, 그럼 아쉽게도 출근해야 할 시간이 되어간다는 뜻이죠.. 소름이 돋게 좋았던 순간은 뜨겁게 달아오른 체온 위로 선선한 아침이 불어와 스치면서 시원함을 느낄 때예요. 바람을 충분히 느낄 기회가,, 아니 그런 여유가 없는데, 스쳐가는 바람을 가만히 느낄 때면 너무 행복합니다. 그러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요. (아쉬워서 그때부터 셔터를 더 누릅니다. 찰칵찰칵) ‘내가 이 아름다운 공원과의 시간을 뒤로하고 출근을 해야 한다고..?’ 라며 억울하지만 직장인은 빠르게 체념하고 출근하죠. (다 울었니? 그럼 이제 할 일을 하자)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출근하면 평소엔 2천보 찍혀있던 것이 8천보 정도 찍혀있어요. 좀 피곤한 느낌이 있지만 마치 운동을 처음 했을 때 상쾌한 피로감일까요.
그렇게 동네의 새벽을 즐기다 보니 저는 다른 곳이 새벽을 궁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여의도에서 외근이 있던 날, 출근 전 여의도한강 새벽을 탐험하겠다고 일찍 일어나 출발했습니다
제가 그간 봐온 여의도는 정말 사람이 많고, 시끌벅적하고, 정신없었거든요. 근데 여의도에 도착해서 한강을 향해 숲(?)과 잔디를 밟으며 걷는 동안 저는 호주 여행을 하는 착각을 하게 되었어요. 아주 가끔 지나가는 산책하는 사람들, 편안히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막힘없이 불어오는 바람, 떠오르는 해가 만들어준 윤슬 그리고 지나가는 지하철까지 꿈과 같은 장면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새벽녘 레터 오픈을 공지했던 사진의 장면이 그날 찍은 사진입니다. 아주 다른 세계와 같았던 여의도에서 저는 살아가는 것 자체에 대해 감사한 생각을 했어요.
우리는 삶을 살아가고, 우주에 존재하는 인간이기에 행복과 슬픔을 모두 느낄 수 있는데, 이왕이면 느낄 수 있는 행복은 최대한 많이 느껴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슬픔은 피하려고 해도 피해지지 않아서 온전히 느끼게 되어있는데 최대한 행복을 많이 느끼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그날 새벽, 여의도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이 조용할 때의 매력은 널리 알리고 싶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생각했죠 서울 곳곳의 새벽을 담아보고 싶다. 될지는 모르겠지만 훗날 해보고 싶은 목표 중 하나입니다. 새벽.. 탐험가? 새벽.. 모험가?�
여행을 하다 보면 현지인들은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여행하는 저는 모든 게 영화 같다고 생각하고 바라보게 되거든요. 한국으로 여행온 누군가도 평범한 일상 속의 저를 영화와 같다고 생각하겠죠? 시선과 마음가짐의 차이겠구나. 여유 있는 시간을 만들고 아름 다움을 찾는 ‘굳이’의 태도를 갖추고 보니 익숙한 서울이 아름답고 온전히 행복한 시간이 만들어지더라고요.
익숙한 출근길, 회사 근처의 길거리들,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만 보고 걷는 날이 더 많은데 오늘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더 자주 보고, 여행자의 시선으로 내가 당연하다고 느꼈던 풍경들을 바라보고, 행복을 더 느껴봐야겠어요. 구독자님들도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은 행복이 느껴지시길, 조금 더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우리 같이 새벽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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