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 째 새벽녘

여행지에서의 새벽

by 라잎디


안녕하세요 여러분. 안녕히 주무셨나요?


지난 레터에서 제가 새벽에 하는 산책을 좋아한다고 말씀드렸었어요. 새벽 5시 집 앞 공원을 산책하며 느끼는 행복함이 너무 감사했거든요. 그리고 다른 곳의 새벽이 궁금해서 출근 전에한강공원을 가서 조용하고 여유로운 한강을 보고 새벽, 아침의 시간을 더 좋아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후쿠오카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요. 여행을 하는 동안은 매 순간이 너무 아쉽고, 모든 장면을 다 눈에 담아놓고 싶잖아요. 유후인을 여행하면서 그곳의 아침 풍경이 너무 궁금해진 저는 유후인에서 아침 산책을 해보겠다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어요.


알람을 6시로 맞추긴 했으나 여행의 피로감 때문인지, 전날 많이 마신 맥주 탓인지 7시쯤 몸을 일으켰어요. 세수도 안 하고 선크림도 안 바르고, 그냥 양치만 하고 나와 모자를 뒤집어쓰고 유후인 아침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어젯밤에 들어오면서 체크인할 때는 워낙 어두웠고, 유후인 자체가 일찍 저녁을 맞이하는 동네라서 가로등도 거의 안 켜져 있던 터라 무서운 길인줄 알았는데, 어둠이 걷히고 해가 떠오르며 산 너머부터 올라오는 햇빛이 밝혀주니 아늑하고 편안한 동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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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들도 아직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하기 전이라 그런지 길거리는 조용했고, 아침 안개가 산 중턱에 얹혀있는 새벽의 풍경은 카메라에 담긴 것보다 제 눈에 담온 모습이 훨씬 아름다웠어요. 하늘의 하늘색, 구름의 하얀색, 그리도 주변 가득한 초록색이 눈을 편안하게 해 주니 늘 바쁘게 여행하는 제가 여행지에서 느끼기 힘든 힐링의 모먼트를 찾을 수 있었네요. 워낙 동네가 조용해서 집안에서 요리하는 소리도 문득문득 들려서 일본 ASMR을 켜놓은 것만 같았고, 오랜만에 밟는 듯한 비포장 도로길이 주는 거친 느낌이 좋았고, 촉촉한 공기가 점점 따듯해지는 그 기분이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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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을 걸으면서 끊임없이 주변을 둘러봤어요. 조용한 거리, 활발한 햇빛, 촉촉한 공기. 들리는 소리라고는 제가 만들어내는 흙 밟는 소리뿐이었어요. 걸으면서 느낀 건 자연이 참 부지런하다는 것이었어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내가 바라보는 풍경을 유지하기 위해 부지런히 나아가는 자연 앞에서 인간의 욕심과 서두름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했답니다. (갑자기 마구마구 철학적인 라잎디가 될 것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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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돌아다니면서 보니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돌아다녔던 상점 거리도 아침 8시도 안 된 시간엔 아무도 없었어요. 유후인은 워낙 사랑받는 도시라서 행인이 안 나오게 사진을 찍기가 정말 어려운데, 거리의 모습 그대로를 담을 수 있었던 건 제가 아침산책을 했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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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하면서 새벽 산책, 새벽까진 아니더라고 아침 산책을 해보려고 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쉽지가 않더라구요. 해가 일찍 지는 유후인이었기에 도전할 수 있었고, 그때 느낀 감정이 너무 좋았어요.

지난번 레터에서는 서울의 다양한 새벽의 모습을 담고 싶다고 했는데 유후인에서 아침 산책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새벽이 있을까? 도시와 시골, 낯선 곳과 익숙한 곳. 다양한 곳의 새벽을 경험하고 구독자님들과 나누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씩 제 안에서 커져가고 있어요.

다음은 어디에서 새벽을 맞이할지 아직 모르겠지만, 그리고 아무런 계획도 없지만, 보지 못한 수많은 새벽을 벌써부터 미리 기대하고 있답니다.


여러분이 기대하시는 새벽의 풍경이 있으신가요? 혹은 여러분만 알고 계시는 새벽의 모습이 있으신가요? 언제든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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