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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효율연구소 Nov 21. 2023

부부만의 신혼 생활

부부가 신혼 초기에 생활효율을 높이는 방법

결혼을 하기로 했다면, 설렘과 불안을 동반한 생활의 변화가 생긴다. 난 이 변화가 막연히 두려워 결혼을 최대한 늦게 했다. 막상 결혼을 해보니, 다행히 좋은 점이 더 많다. 내가 효율에 집착하는 걸 남편이 이해해 줘서 그런 것 같다. 결혼을 결정하기 전에 '난 이런 사람이다, 그래도 괜찮나'를 얘기해 둔 것이 도움이 됐다.


신혼부부에게 생활 효율이란 뭘까?


'서로를 이해할 기회를 만들고, 차이를 인정하거나 좁혀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남편과 살림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한 편이지만, 30년 넘게 각자의 방식으로 살았으니 '아니 이걸 이렇게 한다고?' 싶은 순간이 있다. 반대로 싱글일 때 '이런 사고방식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나긴 힘들 거야.'하고 포기했던 부분을 남편이 의외로 보듬어줘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질 때도 있다.


결혼을 결정하면, 아마 아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 결혼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신혼여행은 어떻게 할 것인가?
- 집을 구할 것인가? 구한다면 어떤 집인가?
- 혼수로 가전 가구를 새로 들일 것인가? 
- 자동차를 살 것인가? 산다면 어떤 차인가?


운 좋게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시간과 예산이 있더라도, 두 사람의 취향 차이로 인한 선택을 해야 한다. 시간과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이야기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최소한 각 요소에 대해 누구 결정을 따를 것인지, 결정 과정에 상대 동의가 정말 필요 없는지 협의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 이건 말 안 해도 이해해 주겠지 하다가, 섭섭함의 늪에 빠지는 커플을 많이 봤다.


원하는 게 있다면 분명히 말하자! 남의눈을 의식해서 원하게 된 것이라도 그게 당신에게 중요하다면 상대도 알아야 한다. 남의 눈과 상관없이 진심으로 원한다면 더욱 그렇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한 가지 이해받으면 한 가지는 포기할 줄도 알게 된다. 이해받지 못하면 '결혼하면 계속 이 사람과 살아야 할 텐데 벌써 이러면 앞으로는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문제를 부풀리기도 한다. 나도 그랬다.


참고로 위 질문에 대한 우리 부부의 답은 아래와 같았다. 신부인 내가 인생에 1번뿐인 행사보다 매일 살아가는 집과 살림에 투자하고 싶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이 글을 읽는 게 신랑 될 분이시라면, 가능하면 결혼식과 신혼여행은 신부님께 맞추시는 것을 추천한다. 인생에 1번뿐인 행사의 만족감이 두 사람의 관계에 쭉 좋은 영향을 미친 커플도 많이 봤다. 단, 상대의 만족이 커질수록 본인이 불행해지는 느낌이라면,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 지금 안 풀고 가면 더 큰 파국이 올 지도 모른다.


- 결혼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최대한 간소하게 했다. 다행히(?) 코로나 기간에 결혼해서, 몇 가지 생략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것에 양가 부모님도 동의해 주셨다. 결혼식 사진을 집에 장식할 생각이 없고, 다른 사람들도 내 스드메에 관심 갖진 않을 것 같으니 결혼식 예산을 아껴 인테리어 예산으로 썼다.

- 신혼여행은 어떻게 할 것인가?
코로나라 선택지가 적었다. 원래 유럽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부산과 제주도에 갔다 왔다. 육아를 하게 되면서 둘만의 오붓한 유럽 여행은 꽤 오래 어려울 것 같아 아쉽다.

- 집을 구할 것인가? 구한다면 어떤 집인가?
인테리어를 취향대로 하고 싶어 집은 매매하기로 했다. 출퇴근이 짧고, 아이 1명 키울 수 있고, 대출 가능한 범위에서 구했다.

- 혼수로 가전 가구를 새로 들일 것인가?
꼭 필요한 것만, 꼭 필요한 크기로 들인다. 하루종일 몸을 붙이는 의자와 침대는 전시장에서 써보고 골랐다.

- 자동차를 살 것인가? 산다면 어떤 차인가?
버스 1대만 타면 회사에 갈 수 있고 둘 다 집에서 노는 편이라, 차는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결혼하자마자 아이가 생겨 곧 차를 구입하게 됐다.)


부부만의 주거 효율


사무실에 출근 찍어야 하는 직장에 다닌다면, 회사와 가까울수록 좋다. 출퇴근 시간이 줄면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 부부가 함께 밥도 먹고 소소한 행복을 함께 누리는 순간이 많아진다. 부부의 직장이 서로 멀다면, 최적값을 잘 찾아보자. 서울-지방처럼 아예 멀다면, 두 분이 함께 이 영상을 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집을 자주 바꿀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면, 직접 가서 집 구조, 상태, 동네 분위기를 보는 게 좋다. 시간이나 에너지가 부족하다면 일단 발품 팔기 전에 이렇게 해보자.


1.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에, 어디 편한 데 앉거나 눕자.
2. 휴대폰으로 둘만의 채팅창을 켜자.
3. 자신이 원하는 집의 조건을 교대로 하나씩 써보자.
4. 한 사람의 발상이 고갈되면, 나머지 한 사람이 생각난 걸 다 쓰자.
5. 둘이 함께 말한 것 중 각자에게 가장 중요한 5가지를 꼽아보자.
6. 이를 만족하면서 가능하면 다른 하위 조건도 만족하는 집을 찾아보자.


나는 예비남편과 카페 창가에 나란히 앉아 이런 목록을 만들었다.

주거 환경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확인했다.


우린 둘 다 출퇴근 시간을 중요시했다. 둘 다 판교 직장인이라 판교 주변 지역만 찾아봤다. 부동산 어플 (내 경우 호갱노노)로 그나마 시세가 낮은 지역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판교, 여의도, 강남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짧고, 시세도 비교적 낮은 지역들

예산 내의 집을 찾았다면, 후보마다 아래 정보를 정리해 보자. 1번 빼고는 대략 느낌만 적어도 괜찮다.

1. 기본비 (매매가, 보증금, 월세 등)
2. 유지비 (가스비, 관리비 등)
3. 한 달 출퇴근 왕복 교통비
4. 1~3번 비용의 합산: 예상 주거 기간에 따른 총금액
5. 집 현관에서 사무실 출근까지의 소요 시간
6. 집에서 정류장/역까지의 거리
7. 출퇴근 시 환승 횟수
8. 출퇴근 차량 배차 간격
9. 그 외 본인의 우선순위에 대한 점수 (ex: 가까운 카페까지의 거리, 마트까지의 거리 등)

목록을 완성했다면, 부부가 함께 어떤 집이 가장 매력적인 지 이야기해 보자. 이쯤 준비했으면 1순위 집에 갔을 때 예상대로라면 바로 계약해도 꽤 만족스러울 것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더 많은 후보를 둘러보고 결정하면 된다. 내 경우, 금액 + 출퇴근 + 도서관 + 주변 인프라 기준으로 찾아 후보지를 금방 좁혔고, 굉장히 만족하며 살고 있다.


신혼 생활로 알게 되는 것들


1) 서로의 살림 방식


우린 결혼 4개월 전에 신혼집을 구했다. 각자 가져온 물건을 정리하며, 앞으로 살림 방식을 맞춰야 함을 깨달았다. 나는 짐 많은 게 싫어서 천연세제로만 청소하는 편인데, 남편은 다양한 세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청소는 깨끗하면 된다는 목적이 분명해서, 천연세제로 깨끗함이 유지된다면 내 방식에 맞추기로 원만하게 합의했다. 세탁은 남편 방식이 더 청결해서 내가 맞추기로 했다. 요리는 분담하되, 맛 내는 건 남편이 더 잘해서, 내가 식사를 준비할 땐 막판에 남편을 불러 간을 맞추고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사소한 것을 맞추면서, 필수 생활용품이 줄거나 늘어난다. 둘에게 필요한 수납공간의 크기, 생활 동선,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알게 된다. 신혼집에서 일단 짐과 생활방식을 합쳐보고, 그다음 집을 구할 때 둘이 함께 만든 생활 패턴을 반영할 수 있다. 이 과정은 따로 써보려 한다.


2) 서로의 진짜 가치관


맨날 부대끼지 않으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함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많다. 부부가 되는 건, 내 배우자가 이랬으면 좋겠다는 희망과 현실의 간극을 좁혀가는 과정이다. 나도 상대의 희망대로 생각하고 움직이지 않고, 상대 또한 그렇다. 나도 남편이 이런 사람이구나 새로 알게 되고, 스스로도 내가 이런 사람이었다니, 할 때가 있었다. 우린 다행히 둘이 맞춰갈 수 있었고 지금은 안정된 행복을 느끼고 있다. 


난 내가 늦게 결혼한 게 다행이라 생각하는데, 불같은 성격을 약간 조절할 수 있게 된 후 남편을 만났기 때문이다. 진짜 자신, 진짜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은 아마 누구에게나 어려울 것 같다.


3) 서로의 가족


막장 드라마를 보며 내가 두려움을 가졌던 영역이다. 상대가 좋아도 그의 가족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보고 들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우리 가족이 암만 좋더라도, 부부가 각자의 가족에게서 서로를 지켜주는 게 좋은 것 같다. 먼저 결혼한 친구의 조언에 따라 양가의 연락을 각자 책임지고 있는데 부담이 적어 좋다.


결론


신혼 초기에 부부는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된다. 예상하지 못한 일로 마음이 수런거릴 때도 있겠지만, 나도 상대에게 그런 존재일 수 있음을 알자. 대화를 많이 하면 좋지만, 이런 대화가 어려운 사람도 많다. 현실적인 살림, 주거, 생활을 주제로 말문을 터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고, 생각을 이야기하는 데 익숙해지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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