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활효율연구소 Nov 24. 2023

힘 덜 드는 육아 생활

부부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생활효율 높이는 방법

아이가 없는 결혼 생활은, 부부가 서로의 라이프 스타일을 인정하고 가사를 분담한다면 싱글 때와 비슷하다. 일상을 공유할 사람이 있어 안정되고, 데이트를 집에서 하니 더 편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면 생활이 크게 변한다. 아이가 태어나고 22개월 동안, 육아를 조금이라도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 시도해 본 것과 그 결과를 정리해 봤다.


육아의 생활효율이란?


아이를 원하는 방식으로 키우면서, 부모 자신의 일상도 수월하게 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육아를 시작하면 아이가 주는 행복과 자유를 잃은 상실감이 함께 찾아오는데, 몸과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상실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생활효율을 결정하는 것은 3가지다.


1) 육아 목표


먼저,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싶은 지 정하자. 부부가 함께 정하면 책임도 분담할 수 있어 좋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혼자 생각해 보자.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하지 말자. 아니다 싶으면 바꿔도 되고, 두리뭉실해도 좋다. 지금의 자신이 어떤 부모인지 마주해 보자. 예를 들면 이렇다.


- 아이가 어릴 때의 시간이 소중해서 가능하면 곁에 있고 싶다.
- 아이의 가능성을 최대한 키워주기 위해, 발달에 좋은 것은 시도해보고 싶다.
- 아이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들어주고 싶다.


우리 부부는 '문제 해결력과 사회성을 갖춘 독립적인 아이'로 정했다. 아이가 스스로의 삶을 알아서 잘 살면 우리도 편하고, 아이도 자신답게 살 수 있어 서로 좋을 거라는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다.


2) 부부가 원하는 일상


다음으로 부부 각자가 원하는 일상을 정하자. 부모님이나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맡기는 게 아니라면, 부부가 협력해야 원하는 일상에 가까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내는 밖에서 친구 만날 시간을 원하고, 남편은 집에서 취미생활 할 시간을 원한다고 하자. 아내는 3~4시간의 연속 자유시간을, 남편은 1시간씩 3~4번의 자유시간을 서로에게 만들어주기로 조율할 수 있다. 성향이 비슷하다면 토/일을 서로의 시간으로 지켜줄 수 있다.


3) 필수 가사노동


의식주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으면 좋다. 육아와 상관없이, 살림에 드는 시간을 줄이면서 적당한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면 평생 좋다.


육아 생활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도들


출산을 앞두고 육아서적, 유튜브, 블로그를 보는 게 재밌었다. 많은 정보 중 '이렇게 하면 육아가 편해진다'는 얘기가 나오면 남편에게 공유하고, 둘 다 동의하면 실행해 봤다. 둘째 출산예정일 2주를 앞두고, 첫째 때 우리가 시도했던 것들을 복기해 본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부부는 아이가 부모에게 덜 의존하게 하는 것이 육아 목표였다. 목표가 달라서 본인과 맞지 않는 방식일 수 있으니, 잘 걸러 봐주시면 좋겠다.


1)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았다.


태어나자마자 아이가 프로의 손에 익숙해지면, 집에 왔을 때 왕초보 엄마아빠의 손놀림이 불편해서 예민해질 수 있다는 썰을 보니 그럴듯했다. 따로 글 쓰겠지만 상황과 성향상 산후조리원 예약을 취소했다. 그리고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미숙한 부모에게 적응하게 했다. 이 때문인지 천성인지 모르겠지만, 첫째는 굉장히 순하게 크긴 했다. 둘째 때도 집에서 조리할 거라, 얘도 비슷한 지 지켜보고 오겠다.


2) 가급적 안아주지 않았다.


아이가 운다고 바로 달려가서 안아주면 더 부모 손을 타는 아이가 된다는 썰을 보니, 이 또한 그럴듯했다. 아픈 아이라면 자주 안아주는 게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스트레스 상황을 부모와의 스킨십으로 해결하게 된다고 했다. 나는 산후조리 기간엔 손목과 허리를 보호하고 싶었고, 그렇다고 남편 혼자 아이를 자주 안아주다가 같이 골병들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 둘 다 꼭 필요할 때만 아이를 안아주기로 했다.


아이가 더 커서 의사표현을 하게 되면 안아달라고 조를 때가 있다. 하지만 신생아 시기에 예뻐서 안아주는 게 아니라 '달래기 위해' 안아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첫째가 22개월 된 지금까지 '어릴 때 좀 더 안아줄걸'하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부모가 안아주지 않는다고 애착형성이 안 되는 건 아닌가 보다. 대신 방치가 아니라 지켜보다가, 필요할 때 도움을 주면 충분한 것 같다.


3) 육아방침을 정하면 카시트처럼 밀고 나갔다.


카시트는 안전에 필수이기에, 아이가 싫어해도 무조건 사용해야 한다. 아이가 운다고 안고 타면 안 된다. 이렇게 아이에게 좌우되지 않고 부모의 방침을 밀고 가라 말할 때, 하정훈의 삐뽀삐뽀 119 소아과에서 '카시트처럼'이란 말을 자주 쓴다. 표현이 재미있어서 우리 부부도 아이의 울음에 흔들릴만한 순간에 "우리 이건 카시트처럼 밀고 나가자."라는 식으로 일관성을 지켰다.


다양한 육아방침에 맞고 틀리고 가 있는 게 아니라,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방향을 정했으면 일관성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부모가 왔다 갔다 하면 아이가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아이 수면교육 때, 나는 많이 흔들렸다. 『잠들면 천사』에 나왔듯이 아이가 스스로 잘 수 있을 거라 믿고 기다려주자 생각해도, 막상 3시간 넘게 아이가 엉엉 우는 것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약해졌다. 뚝심 있게 일관성을 지킨 남편이 없었다면 우린 수면교육에 실패했을 거다. 아이가 스스로 잘 자기 시작한 이후 밤 시간이 모두 자유시간이 되었다. 지금도 난 마음 편하게 글을 쓰며 남편이 만든 아이의 수면패턴에 감사하고 있다.


4) 가급적 아이 스스로 하게 했다.

식사, 정리, 손씻기 등의 일상을 최대한 아이가 해보게 유도했다. 자기주도이유식처럼 식탁이 어질러져도 믿고 지켜보진 못했지만, 꾸준히 직접 하게 유도하니 점점 더 스스로 하고 싶어하는 아이가 됐다. 장난감 정리도 돌 전에 말 못할 때부터 놀이와 한 세트처럼 알려주었다. 이렇게 키워도 놀던 거 내팽개치고 다른 것 할 때가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진 아이 스스로 "정리" 말하고 제자리에 놓거나, 우리가 "정리해야지." 말하며 몇 번 딴청 피우다가도 정리하러 오긴 한다.


5) 어린이집에 일찍 보냈다.


내가 출산휴가만 쓰고 직장에 복귀해야 했던 때라, 아이 100일 직후 어린이집에 보냈다. 원래 근처 어린이집에서 모두 자리가 없다고 거절당했고, 어린이집에 일찍 보내는 게 아이에게 좋지 않을까 봐 안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거절당했던 옆 아파트 어린이집에서 0세 반을 새로 만들건대 입소시키시겠냐는 연락이 왔다. 원장선생님을 만나보고 괜찮아 보여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은 둘째도 100일 지나 어린이집에 맡길 생각이다. 친구, 형, 누나들과 같이 있어서인지 아이의 사회성이 좋은 편이다. 남자앤데 말도 빨리 하고, 생각도 못한 노래랑 율동도 배워온다. 엄마아빠랑 헤어질 때 아쉬워하지도 않는다. 약간 섭섭하지만 독립적인 아이로 키우자는 육아목표에 맞게 잘 컸다. 우리가 집에서 키웠으면 못 해줬을 다양한 활동도 많이 한다.


우린 양가 부모님과 베이비시터 도움 없이 첫째를 키우고 있는데, 퇴근까지 아이를 봐주는 어린이집 덕분이다. 1주일의 30%를 어린이집에서 맡아주니, 확실히 육아 부담이 덜하다. 어떻게 보면 동네에서 아이 가장 잘 보시는 분들께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거니 감사한 일이다. 게다가 어린이집 비용을 국가에서 모두 내준다.


결론


앞서 언급한 수면교육이 끝난 7~8개월 무렵부터 22개월인 지금까지 약 1년 정도, 일주일을 아래 패턴으로 보내고 있다. 잘 자던 아이가 갑자기 안 자려할 때가 돌 지나고 2번 정도 있었는데, 다시 카시트처럼 밀어붙이니 1~2주 후 다시 스스로 자게 되었다.


나이 1세 아이가 1명일 때 육아 시간: 평일, 주말, 1주일 통계

싱글일 때, 부부만 있을 때도 수면과 일하는 시간은 같았다. 평일 저녁 준비 및 먹는 시간, 주말 식사 및 기본 가사노동시간을 어림잡으면 20시간 정도였을 거다. 아이를 낳고 오롯이 아이를 위해 쓰는 시간은 1주에 20시간 정도인 것 같다. 이 시간도 아이와 함께 장을 보거나 책 도서관, 장난감 도서관, 카페에 가는 등 부모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으로 쓰고 있어서, 육아가 수월하다고 느낀다.


곧 둘째가 태어날 거라, 아이가 둘이 되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둘째 수면패턴이 안정되면 다시 위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살림효율을 개선하려고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가사노동을 줄일 수 있을까? 계속 부부만의 힘으로 육아, 일, 가사를 병행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더 크면 우리의 자유시간은 어떻게 변할까? 내년에도 쓸 내용이 많아 신난다.

작가의 이전글 부부만의 신혼 생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