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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너만을 위한 엄마의 기록

프롤로그

by 인생정원사
<자폐를 가진 정원이의 세계> 2부는 일종의 정원이 백서입니다. 제가 정원이와 함께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정원이를 이런 방식으로 소개해 왔습니다. 이 기록의 여정을 이렇게 브런치북으로 소개해서 기쁩니다. 구체적인 센터/병원/지명은 익명으로 처리했음을 밝혀둡니다.


오직 너만을 위한 기록의 여정

이 브런치북은 정원이 하나를 위해 만든 엄마표 서포트 리포트라 할 수 있어요. 초등학교에 올라가면서 개별화 회의를 할 때 부모는 서포트북을 만듭니다. 일종에 정원이에 대한 소개를 상세히 써둡니다. 정원이를 만나는 모든 분께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하죠. 물론 의무는 아닙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전 이 서포트 북 형태의 리포트를 정원이 재활을 시작하면서 쓰기 시작했더라고요. 서포트북으로 만들지 않더라도, 유치원에는 월간리포트를 3년간 드렸고요, 매번 진료 볼 때는 1페이지의 요약보고서를 늘 함께 준비했어요. 새로운 재활 수업 들어갈 때면, 정원이의 현행 발달 수준, 병행하고 있는 수업, 목표하는 바를 늘 적어서 초기상담을 갔습니다. 몇 년 기다린 끝에 유명하신 C 교수님 진료 예진 때 받았던 질문이 생각이 나요.


어머님, 직업이 무엇인가요?

예비진료를 하는 레지던트 선생님이 제가 만든 정원이의 역사 표를 보시더니 이렇게 물으셨어요. 어머님 직업이 뭐냐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정원이 낳기 전에 제가 가진 직업이 연구자였으니까요. 아이를 키우고 글을 쓰는 지금은 저의 돌봄 대상이 연구 대상이 되었던 것입니다. 전 행정학을 전공하고 정책과 제도를 연구했던 사람이에요. 문화현장에서는 기획자로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던 사람이지요.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쓰는 평범한 정원이 엄마, <정원사>입니다.


브런치북 <자폐를 가진 어린이의 세계> 1부는 자폐를 가진 정원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족의 생활, 정원이가 부딪히는 사회, 제도, 교육에 대해 접하기 쉬운 에세이 형태로 다루고 있지요. 2부는 '서포트 리포트 for 정원이'이기도 합니다. 일종의 정원이 백서, 즉 사례집입니다. 경험이 누락된 언어로만 채워진 글쓰기에는 공감이 잘 안되더라고요. 가장 실천적인 글이 무엇일까 되짚어 생각하니 결국 텍스트로 정원이에 대해서 쓰기더라구요. 정원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기록해 온 역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이해 받기엔 쉽지 않았어요.


어머님, 이런 거 만들 시간에
애 눈을 더 쳐다보세요.

불쑥 내민 리포트는 때로는 환영받지 못합니다. 모 언어재활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사실 당황스러웠어요. 진료 때도 수면부족과 진료시간에 쫓겨서 매번 준비해 간 리포트를 반도 못 설명해 주고 올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꾸준함에 장사 없다는 걸 실감합니다. 의사 선생님들도 정원이 선생님들도 기록의 힘을 이제는 믿어주시거든요. 그때그때 만들어둔 기록들은 단약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아이의 행동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기록지가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정리를 잘 못하는 유형의 사람인지라, 뒤죽박죽인 채로 노트북 파일로, 책장에 이리저리 뒤섞여 잠자고 있는 서류를 보면서 한 번쯤 정리해서 나눠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장을 정리하면서 겸사겸사 글을 쓰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브런치북을 계획했습니다. 누구나 이렇게 할 순 없지만 이런 사례의 가이드를 보시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세상 모든 <정원이>를 키우시거나 가르치시거나 도움을 주시는 분들께요!


가장 사적이면서 가장 공적인 기록

이 기록은 한 아이를 위한 개별화된 지원을 실천해 온 엄마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제도와 제도 사이, 현장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의 기록입니다. 그저 경력 단절 이전의 잃어버린 커리어라고 생각했던 행정학자로서의 시선으로 복지 제도와 교육 제도의 현실도 꼭지로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혹시라도 아이의 느림을 처음 마주하고 막막함에 빠진 분이 계시다면, 이 기록이 단 하나의 작은 등불이 될 수 있길 소망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참고: 1-3학년 서포트북 서문>




브런치북 <자폐를 가진 정원이의 세계> 1부는 변방의 언어로 머물던 ‘장애’가 아니라, 보통의 아이 정원이가 가진 자폐를 이야기합니다. 2부는 ‘서포트 리포토 for 정원이’로 직접 활용했던 리포트를 통한 구체적인 사례를 기록합니다. 이어서 행정학자인 엄마의 시선으로 정책의 틈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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