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정원이 소개서>의 힘
이 브런치북에서는 정원이를 위해 실제로 만들었던 자료들을 바탕으로 글을 써 나가려 합니다.
‘정원이’는 브런치에서 얻은 저희 아이의 애칭이에요. 감사의 마음으로 그 이름을 사용하고, 아이의 얼굴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래 사진은 정원이가 1학년 때 전학하며 학교에 전달했던 <원 페이퍼 리포트>입니다. 가족 소개와 함께, 정원이의 성향과 선호를 간단히 정리했고 관련 사진도 함께 있습니다. 전체 내용을 한눈에 보기 쉽게 한 페이지로 구성했고, 당시의 감각적 특징도 명확히 기술했습니다. 예를 들어 정원이가 소리에 민감해서 귀를 막는 경우가 있다는 점, 의사소통은 그림카드나 기기를 활용한다는 점 등을 보완대체의사소통(AAC) 기기 사진과 함께 담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리포트의 핵심은,
함께 생활할 때 꼭 필요한 배려와 실천 사항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 부분입니다.
1. 지시 따르기, 5초만 기다려 주세요.
2. 반복되는 일과와 맥락 안에서 배웁니다.
3. 정원이는 슬로우 스타터예요.
4. 낯선 공간, 불안할 때 어려운 행동이 나타날 수 있어요.
각 항목은 정원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일상에서의 협력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를 담고 있습니다. 하단에는 보다 자세한 세부 설명을 작은 글씨로 정리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자랍니다.
이 리포트는 어디까지나 ‘첫 인사’일 뿐입니다.
아직 정원이를 잘 모르실 선생님께 드리는, 관계를 여는 한 장의 소개서지요.
학교에서의 정원이는 엄마의 기대와 다를 수 있습니다.
적응이 진행되면, 정원이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이는 선생님이 될 테니까요. 그때부터는 이 리포트 대신, 매일의 컨디션과 감정 변화 등을 전하는 ‘오늘의 관찰’이 더 중요해집니다.
그렇다면 바뀐 모습은 언제 전달할까요?
저는 매해 3월, 새 학기 개별화교육계획(IEP) 회의 때 <서포트북>을 준비합니다. 리포트와는 또 다른 형태로, 그해의 정원이 모습을 보다 자세히 정리한 자료입니다. 필요하실 수도, 필요하지 않으실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저는 언제나 늘 준비해 왔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페이퍼가 아이를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해도, 관계를 시작하기엔 충분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정원이는 매일 조금씩 자라고, 또 변해갑니다.
이 리포트는 어디까지나 오늘의 기준선일 뿐입니다.
엄마의 말이 모든 걸 설명하진 못하지만, 관계의 시작은 성실함에서 출발한다고 믿습니다. 혹시라도 또 다른 정원이를 키우는 부모님과 새로운 정원이를 만나 고민하시는 선생님들께 이 글이 도움이 되길 소망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어떤 형태로든 전 정원이 소개서를 준비해 왔습니다.
그 한 장이 전하는 인사는 늘 같았어요:
브런치북 <자폐를 가진 정원이의 세계> 1부는 변방의 언어로 머물던 ‘장애’가 아니라, 보통의 아이 정원이가 가진 자폐를 이야기합니다. 2부는 ‘서포트 리포토 for 정원이’로 직접 활용했던 리포트를 통한 구체적인 사례를 기록합니다. 이어서 행정학자인 엄마의 시선으로 정책의 틈을 이야기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asdgarden
응원
표지 그림은 chatGPT와 함께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