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다시 쓰는 게 빠를 것만 같네?

<정원, 뜻밖의 여정 > 퇴고와 멘토링 (2)

by 인생정원사 선우

두 번째 퇴고, 처음의 마음으로 욕심을 내보다

편도 운전 30분 거리. 낯선 학교로의 정원이 등교와 함께 2번째 퇴고는 시작됐다. 생활을 이어가면서 쓰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쓴다고 생각하자. 목차부터 다시 살폈다. 3주 동안 정원이와 특수학교의 적응을 지켜보면서 학교 근처에 마련한 옥탑방에서 계속 퇴고했다. 아이와의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았다. 잊고 있던 에피소드를 하나하나 기억해 냈다. 브런치에 글을 시작하기 전까지 제대로 된 메모가 없었다. 글로 남기는 순간 너무나 괴로울 것 같았다. 아이에 대한 기억을 적는 것은 자폐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적는 것과 같았다.

자폐와 가드닝, 두 원고는 성격이 달라서 물리적으로 합치는 것은 아무리 문체를 바꾼다 해도 어색했다. 정원 가꾸기는 오랜 취미였고 목차도 없이 즐겁게 쓴 글이었다. '느린 시계의 정원' 매거진에 연재하던 정원이 글은 연재는 생각도 못한 하나하나의 단편이었다. 전혀 다른 원고를 한 몸 같은 주제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난해했다.

현재 원고는 총 네 편씩 7장, 프롤로그에서 에필로그까지 모두 30편이었다. 한 편당 최소 10번 이상 고쳐 쓰면서 원고를 작성했다. 현실의 이야기가 장편이 될 수 있을까? 에피소드 간 연결점을 살리고 하나의 장의 이야기가 하나의 주제를 담는 것을 생각했다. 한 편 한 편이 완성도가 있으면서, 장과 장이 기승전결이 이루면 좋으리라 생각했다. 그래, 마치 소설처럼 단편으로 흩어지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 속에서 살아가면서 스스로의 경험을 하나의 구조로 완성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정말 괜찮은 걸까. 의문을 가진채 3주 동안 등교하고 고치고 하교하고 고치고 센터 가서 고치고 계속 한편 한편을 수정했다. (하라는 것 외에 하고 싶은 것까지 써서) 메일을 송부했다. 답을 받았다.


보내주신 원고 잘 살펴보았어요. 정말 멋지게 해내셨네요. 가장 어려운 작업이라 걱정이 되었는데, 이전보다 훨씬 잘 정돈이 된 데다 정원 이야기와 아이 이야기가 서로 잘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큰 산을 넘어왔어요. 큰 틀이 제대로 잡힌 걸로 저는 보여요. 그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볼까요?


'아, 통과했어. 기쁘다... 흑.'

뭔가 큰 산을 넘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러나 미처 예상하지 못한 함정이 있었다.



세 번째 퇴고는 시간싸움이었다

세 번째 퇴고의 과제는 축약된 자폐와 가드닝의 밸런스를 2:1에서 1:1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궁리 끝에 챕터당 한 꼭지씩 늘려 목차를 수정했다. 7장에 5 꼭지씩. 가드닝 파트를 넣을 곳을 체크했다. 메모할수록 가야 할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이것은 시간싸움이다. 이 많은 양을 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은 아득했다.


선우님의 책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로 엮여 있는데요.

1) 정원 가꾸는 이야기 2) 아이 이야기, 이 두 가지입니다. 이 두 가지 이야기가 서로 밸런스가 잘 맞아야 하고, 분량 또한 비슷해야 하는데요. 이전보다는 밸런스가 훨씬 좋아졌어요. 특히 2-2, 2-3, 3-3은 너무 잘 고치셔서 보면서도 감탄을 했어요. 지금은 아이 이야기 쪽으로 중심축이 많이 기울어 있는 듯합니다.


하나의 산을 넘었고, 틀은 잡혔다. 지난 3주간 2번째 퇴고에서는 정원이의 시간을 꺼내고 바라보았다. 이제 정원을 가꾸는 나를 기억할 시간이었다. 단어, 문장, 어휘, 구조 모두 사람마다 다르다. 미리 보기에서 문장만 보아도 오랜 지인들은 그가 누구인지 바로 짐작할 수 있다. 한 사람의 글에는 지문처럼 각자의 역사가 반영되어 있다. 나의 글에도 그런 나만의 지문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원고 전체 분량을 한번 살펴보았는데요. 200매 원고지 기준 476장이더라고요. 재단에서 제시한 기준은 200자 원고지 기준 700~800 매였거든요. 분량을 보았을 때 정원 이야기를 조금 더 넣는 것이 괜찮지 않을까 싶었어요. 밸런스를 조금만 더 맞춰보는 게 어떨까요?


음? 분량? 느낌이 이상했다. 메일을 몇 번 반복해서 읽었다. 확인했을 때 원고지 분량을 A4로 환산했을 때 미세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아... 초기 공모전에 낸 12포인트로 작업을 했구나. 10포인트 기준으로 하면 476장. 목표는 800매. 300매가 모자랐다. 첫 단추를 잘못 꿴 상태에서 분량을 늘려야 하는 일은 시간 싸움이었다. 최종제출일까지 이제 5주밖에 남지 않았다.

8월 말, 아이는 아직 전학 10일 차. 아이의 적응도 퇴고도 중요했지만 나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공저에 참여하기로 했던 프로젝트는 의사소통을 계속해야 하는 일이었다.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빠지기로 했다. 프로젝트를 그만두는 것은 괴로웠다. 아니 외로웠다. 자폐스펙트럼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사람냄새가 그리운 삶이었다.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주어진 기회를 부끄럽지 않게 하고 싶다. 당연히 아쉽고 속상했다.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없는 내 삶의 한계를 인정하기로 했다.



차분하고 끈질기게, 세세하고 다정하게

길을 잃다가 다시 원점을 짚고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이 반복됐다. 이제 지난 원고에 매달리지 않고 장과 장을 유연하게 연결할 원고를 새로 쓰기로 했다. 한 편 한 편 퇴고할 때마다 가드닝과 자폐의 비율을 정량적으로 체크했다. 원고는 총 37편이 되었고, 아예 새로 써야 하는 편도 7편이나 있었다.


문체 또한 조금 더 차분하게 가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이 급하겠지만,

조금 더 차분한 마음으로 보아주세요. 심사에서 보았던 초고에서 문체가 얼마나 차분하면서 끈질기던지,

읽으면서도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다른 분들도 다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차분하고 끈질긴 아름다움”이란 평가를 받았다. 기뻤다. 원래 글의 문체가 좋다니, 흥이 올랐다. 그동안 나는 사회적인 칭찬에 목말라 있었나 보다. 자폐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경험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생소할 것이다. 이 경험을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와닿게 쓰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다시 또 외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카톡 하거나 누군가와 통화하거나 만나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 떨지 않고 퇴고했다. 고요히 고치고 읽고 또다시 고쳤다. 주말에는 아침 여덟 시부터 밤 열두 시까지 작업실에서 쓰고 돌아와 아이 옆에 몸을 뉘었다. 시간과 싸우면서 다음을 다잡았다. 매일 아이와 함께 일상을 소화하면서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낮과 밤들이 지나갔다. 그렇게 200자 원고지 기준 700매의 원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 다시 3주 만에 메일을 보낼 수 있었다. 세 번째 퇴고본을 제출했다. 두근거렸다.




정원이가 책이 나온 것을 아는 것처럼 요사이 저에게 노트북 타이핑을 하는 것을 아주 즐겁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부지런히 글을 써서 올릴 수 있네요. 어느새 책이 도착해서 카톡과 SNS에서 사진을 보내주신 분들께도 고맙습니다. 아주 놀랍고 신기하고 얼떨떨한 주말이 지나가고 있어요.

참고로 메일은 그때그때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한 번의 퇴고본, 한 번의 메일 순으로 오고 갔습니다. 2-3주의 간격이었고 퇴고할 때 기준점과 나침반으로 삼았어요.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멘토링을 받았다고 하니, 고쳐준 거야?라는 질문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저 자신의 목표도 함께 있었고요. 멘토작가님도 저도 이 이야기는 저의 글이고 책임임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을 첨언해 둡니다.




판매처

인터넷 링크는 하단과 같습니다. 모쪼록 이 이야기가 마음에 닿을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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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수만큼 자폐스펙트럼은 다양합니다.

각기 다른 빛의 스펙트럼만큼 다채로운

우리의 이야기가 더 멀리 더 깊이 닿길 소망하며,

2026년 2월 정원사 선우 璇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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