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닝과 자폐, 같이 쓸 수 있을까

<정원, 뜻밖의 여정> 퇴고와 멘토링 (1)

by 인생정원사 선우


정원이를 키우면서 글을 쓸 수 있을까

합격했다. 이는 10주간의 멘토링을 잘 해내서 기준 분량의 원고를 완성하면 책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10주간의 멘토링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각자의 몫. 나는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내내 가져왔던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거란 희망이 있었다. 일단 가드닝으로 냈으나 아이의 이야기를 더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처음에는 지금까지 썼던 이야기의 순서를 조합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정원이 이야기도 충분히(?) 써왔으니.

멘토링은 정원이의 방학과 함께 시작되었다. 2025년 7월 정원이는 특수학교로의 전학도 앞두고 있었다. 모든 상황은 가변적이었다. 아이가 잘 적응할지 알 순 없었다. 보통 방학일과는 9시 30분부터 12시까지 정원이는 활동지원사와 오전 산책이나 센터보강을 보낸 뒤 집으로 와서 나와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오후 센터 일과 및 외부 산책 등을 한다. 물론 상황에 따른 변동도 늘 있었다.

첫 통화에서 길고 정확한 통화가 어려워서 사정을 설명드리고 이후는 메일로 소통했다. 메일을 받으면 아이를 재우고 몇번이고 곱씹어 읽었다. 나는 정원이를 키우면서 글을 쓸 수 있을까?


모든 경험은 다 쓸 곳이 있었네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된 것은 정말 영원히 과거가 됐다고 생각했던 지난 경험이었다. 대학원과 영화사.

대학원에서 프로젝트와 페이퍼, 논문을 완성했던 경험은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추진력이 되었다. 박사논문과 책 한 권 쓰기. 둘 다 어려웠다. 그래도 목차가 가장 중요함을 알았고, 난 그 목차의 밀도는 에세이여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쓰려는 것은 단편에세이 모음은 아니었으니 야망이 있었다. 4번의 피드백마다 임솔아 작가님이 제시한 방향이 있었다. 목차를 바꾸고, 그에 따라 각 편을 수정하는 것을 모든 에피소드를 반복했다. 메일에 쓰여진 내용과 나의 목표가 둘 다 반영됐다는 생각이 들면 수정본을 제출했다. 이는 대학원때부터 지속했던 일에 대한 오랜 습관이었다.

책을 만드는 것은 영화와 비슷했다. 영화제작사에서 영화 한편을 기획하고 투자받고 촬영하고 후반작업하고 개봉하고 홍보하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했던 것이 큰 힘이 되었다. 책 한권도 하나의 세계였다. 영화도 책도 여러 사람의 힘을 보태서 완성된다. 그래서 최종 원고 제출 이후에도 늘 먼저 전화해서 할 일이 있냐 물었다. 출판사는 파주, 협성문화재단은 부산. 나는 그 가운데쯤이라 얼굴도 보지 못한 분들이지만 팀이라 생각했다. 그 덕분에 표지가 그림이 되는 영광을 누렸다. 결혼 이전의 경험을 정원이 키우면서 잊어버렸다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경험은 내 안에 남아 있었다.


멘토링, 꼭 필요했던 나침반

글을 쓰는 과정이 여행을 하는 것이라면 목차는 그 여정을 위한 지도일 것이다. 그리고 멘토링은 나침반일 것이다. 고백하자면 가야할 방향을 알았지만 막연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내게 꼭 주어진 일과였다. 상수처럼. 그 안에서 어떻게 짬을 내어 쓸지 어느 정도의 결과를 낼지는 내 몫이었다.

정원이와 함께 있는 첫 통화는 제대로 된 이야기를 어려웠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문자와 메일로 소통했다. 글과 메일이 보다 분명하게 의도를 전달 받을 수 있었다. 시작할때만 해도 내가 할 이야기의 '주제'는 이미 한 방향이었기에 조금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떤 형태로 전달하느냐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래서 멘토링의 과제는 다소 막연하게 생각했다. 지금 글을 잘 발전시키면 되는 거 아닐까? 임솔아 작가님은 첫 메일에서 나의 멘토가 되길 자청하셨다며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응원하시며 면접에서 이야기 한대로 공모전에 낸 가드닝 이야기에 '자폐' 이야기를 더하자 하셨다. 더한다는 것은 단순히 목차를 합치는 게 아니었다. 그 때 알았다. 멘토링 과정은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간절히 원했던 것, 바로 정원이 이야기를 하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장한 마음부터 먼저 허물 수 있을까

처음에는 정원 이야기 챕터 사이에 정원이 이야기 챕터를 사이사이에 끼워넣어 보내 첫멘토링을 시작했다. 기존의 정원이에 관한 원고의 결을 먼저 보여드렸다. "이런 흐름으로 할까요? 하고 물었다. 지금 원고를 초고라 가정하고 다음과 같은 피드백을 주었다.


1. 목차수정

2. 기존의 자폐 스펙트럼 관련된 이야기와 정원 이야기가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기존에 브런치 스토리에 썼던 많은 원고를 허물었다. 한편한편 출력해서 필요한 이야기와 아닌 이야기를 골랐다. 남은 원고는 나중에 다시 채워나가기로 결정했다. 방학과 새로운 학교로의 등교와 병행하는 시간은 조금 버거웠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쓰고싶은 나의 욕심이 있었다. 갑자기 사명감에 차서 이야기는 진지해졌다. 아파도 쓰고, 그래서 글이 위로가 되는 밤이었다. 목차를 짜느라 끙끙댔고 하나의 흐름은 완성했다고 생각했다. 보내는 원고의 흐름이 매끄럽진 않았지만 송부했다. 이 '이야기'는 맞게 가고 있을까? 아주 긴 메일을 받았다. 요지는 아래와 같았다.


1. 목차 수정 : 초반 30장을 매력적으로 하라.

2. 자폐 스펙트럼 관련된 이야기와 정원 이야기가 서로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뒤섞이게 수정하라.


아, 요약하니 다시 또 같은 내용이었다. 길고 긴 메일을 몇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초반 30분이 정말 매력적이어야 했다. 어떻게 써야 할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뽑혔던 기존의 원고를 살펴보았다. 원래의 프롤로그가 훨씬 재미있었다. 나는 혹시 또 너무 비장했던 것일까? 새로 쓴 프롤로그를 폐기했다. 방향성을 듣는다 하더라도 결국 이야기를 잘 아는 사람은 나였다. 이를 의도에 맞게 재배열하는 것도 결국 내가 해야하는 몫이었다.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 하고 싶었다.


난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정말? 아, 다시 쓰는 것이 더 빠를 것만 같구나.

두번째 퇴고 내내 메일 속의 임솔아 작가님이 칭찬해준 글귀를 스마트폰에 저장해두고 계속 되뇌었다. 스스로를 믿었다. 나를 발견해주고 알아봐주심에 감동했으니까. 그것이 매우 오랜만에 느끼는 내가 나로 살아있다는 실감이었다.


선우님의 끈기를 믿고, 또 선우님께서도 끝까지 노력해볼 저를 믿어주기를 바라면서, 조금은 더 욕심을 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중략)

저는 선우님의 책이 세상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믿고 이런 초고를 쓰신 분이라면 이미 모든 능력이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드시겠지만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정말 좋은 책을 만들었음 좋겠어요. 제가 원하는 건 선우님이 좋은 책을 내는 것, 그거 하나뿐입니다.




판매처

인터넷 링크는 하단과 같습니다. 2일차에 예스24 휴먼에세이 6위, 오늘은 4위가 되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자꾸 순위를 보게 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나봐요. 모쪼록 이 이야기가 마음에 닿을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교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9115446



예스24

https://m.yes24.com/goods/detail/176076358



알라딘

https://www.aladin.co.kr/m/mproduct.aspx?ItemId=385140859&start=mosearch_auto




아이의 수만큼 자폐스펙트럼은 다양합니다.

각기 다른 빛의 스펙트럼만큼 다채로운

우리의 이야기가 더 멀리 더 깊이 닿길 소망하며,

2026년 1월 정원사 선우 璇雨 올림







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