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짊어진 짐이 많다는 것.

by IN삶

나는 작년부터 충청도에 위치한 어느 한 대학에서 본가인 파주까지 거의 월평균 3.5회 정도 집에 오곤 한다. 그러나 올 때마다 나의 가방은 항상 빵빵했다. 항상 들고 다니는 노트북과 패드, 책과 물 한 병, 보조배터리, 필통은 기본이라서 묵직하기도 묵직하다. 그리고 가끔 빨래나 먹고 남은 구운 달걀 같은 것들이 들어있기도 하다. 이번 학기에는 케리어를 끌고 다니기 시작했다. 뭐 그리 많이 담는 것도 아니지만, 훨씬 어깨가 가벼워진 느낌이 있다.


나와 비슷하게 집을 가는 친구들을 보면, 항상 가방이 가볍다. 오늘은 뭐가 들었는지를 물어보았다. 패드, 화장품, 지갑, 책 한 권이 전부였다. 평소에는 책도, 아이패드도 들고 다니지 않는다고 해 놀라움을 선물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짐이 많은 것일까? 아이패드와 노트북 중 하나만 들고 다닐 수는 없는 것인가? 혹은 아예 안 들고 다닐 수는 없는 것인가? 나는 나의 일을 하기 위해 노트북이 필요하고, 공부를 하기 위해 패드가 필요하다.


내게는 매일 필요한 물건들이, 누군가에겐 항상 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물건인 것이었다. 내게는 삶에서 참 중요한 부분이지만, 타인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나는 화장에 목숨 거는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내가 예쁜 건 아니기에 그들의 욕망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하는 화장이 티가 나지 않아서 그런가, 예쁘다는 것의 기준이 달라서 그런 것일까. 나에게는 그게 그리 중요해 보이지도 않아, 가방에는 눈썹을 그릴 연필 한 자루와 립밤, 아이라이너, 선크림이 내 화장품의 전부이다.


내 짐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내 짐이 많다는 것은,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겠지.

그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은 반드시 있다. 핸드폰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들도 잠을 잘 때에는 핸드폰을 내려놓으니 우리는 잠을 잔다 생각하고 핸드폰을 만지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짐이 원래 내게 없었는 듯 그렇게 살면 되는 것이다.

과연 내 어깨에 올라온 짐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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