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붙잡되, 낭만을 잃지 말 것.
가끔 이상한 짓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아이처럼 침대 위에서 펄쩍펄쩍 뛰거나,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미친 듯이 뛰어다닌다거나,
혼자 멀리 떠나고 싶다거나,
8차선 도로를 횡단하고 싶다거나,
하늘에서 뛰어내리고 싶다거나.
아무 가게에 들어가 추천받은 음식을 먹거나,
돈 한 푼 안 쓰고 국내 여행을 해보는 것도 괜찮겠지.
그런 일들 말이다.
재미있을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묻게 된다.
“이게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일일까?”
인생을 실리로만 살 것인가,
아니면 낭만을 조금 추가할 것인가.
요즘 나의 고민은 이 둘 사이 어딘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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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일까.
사람을 만나면 에너지가 빠지는 사람인지,
아니면 그 안에서 다시 채워지는 사람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많은 시도를 해보지 않아서일지도 모르지만,
이제까지의 삶을 보면
이게 바로 나라는 사람인가 싶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변하고자 한다면 변할 수 있다.
다만, 기질은 바뀌지 않는다.
내 기질은 금방 에너지를 소모하고,
천천히 회복되는 사람이다.
문제는 아직,
그 에너지를 채우는 가장 좋은 방법을 모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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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절반쯤에 서서,
나는 요즘 많은 생각을 한다.
앞으로의 내 삶은 이미 정해져 있는 듯하다.
학교를 다니고, 병원에서 일하고,
그러다 서른을 맞이하겠지.
그 사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공부하며 더 깊어질까?
아니면 여러 도전을 하며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가져볼까?
2031년이면 앞자리가 바뀐다.
그전까지 나는
‘돈과 자기 계발’에 집중할 것인가,
‘쾌락과 호기심’에 집중할 것인가.
이 두 가지 사이에서 매일 줄다리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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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쾌락과 호기심에는 돈이 필요하다.
맛집을 찾아다니고,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려면.
그래서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런 건 나중에 해도 되지 않을까?”
앞자리가 바뀌고 나면,
그땐 돈도, 여유도 조금은 있겠지.
젊음과 돈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는 걸까.
부모님을 잘 만나,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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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생각한다.
내 호기심을 좇는 대신,
그 시간에 성장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젊음을 즐기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서른이라는 나이가 그렇게 늙은 나이는 아니니까.
오히려 재력과 여유가 있는,
‘이상한 짓’을 하기 딱 좋은 나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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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열정적으로 살면 30대가 편안하고,
30대를 열정적으로 살면 40대가 편안하다.”
어디서 본 문장인데,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지금 당장은 무언가에 돈을 쏟아붓기보다는,
차근차근 모으고 불리며
나중에 여유롭게 즐기는 삶을 꿈꾼다.
매주 무슨 짓을 할까 고민하는 대신,
매달 말, 남겨둔 예산으로
나 자신에게 보상을 주는 것.
그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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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지고 그럴듯한 취미보다,
단순하고 본질적인 취미가 더 궁금해졌다.
돈을 쓰지 않고,
나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즐길 수 있는 일들.
서울로 떠나는 대신,
내가 자란 이곳을 천천히 탐색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곳에도 카페가 있고, 바가 있고, 산이 있다.
굳이 연고 없는 도시로 가지 않아도,
내 주변에는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세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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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주어진 6년,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버킷리스트를 다시 써야겠다.
남은 20대를 향해,
내가 이루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가치관,
해야 할 일들로 채워야겠다.
너무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부터의 몇 년을.
작년에 세운 올해의 목표도 다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해보려 한다.
현실에 기반한,
낭만 한 스푼이 들어간 나의 목록을.
적다 보면 뚜렷해질 것이다.
20대를 현명하게 보내는 법이.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고,
그 속에서 조금씩 자라날 것이다.
이미 지나온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밑거름 삼아
조금 더 현명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