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몰랐던 것들
나는 거절에 익숙하지 않았다. 아니, 맨날 거절만 당해 놓고서도 도대체 거절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거절보다 더 무서운 것은, 수락 후 거절이다. ~~ 하자 해놓고는 막상 안 될 것 같다는 식. 학교 와서 그런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서 그럴까, 다른 사람도 그러할 거라는 두려움이 있다. 오늘 누군가와 전화를 했다. 나는 전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전화를 걸었을 때, 상대가 안 받는 것도 무안하고, 내 목소리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목소리를 좋아해 보려고 발성연습도 꾸준히 하고, 녹음도 해서 종종 들어보고 있다. 여하튼, 이번 통화로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내가 매력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어떤 상대가 오더라도 너를 갖기에는 과분할 거라고. 그래서 지금 매여있지만 말고,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시도해 보라고 했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먼저 밥을 먹자 요청하고, 도움을 청했다. 의외로 모든 것에 ok가 떨어졌다. 괜히 겁을 먹었나 보다.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고,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고, 나의 건강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뭘 하던 좋을 시기라서, 새로운 경험들을 만들어 가 보려고 한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좋아하면서, 타인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아마 도움 받을 레벨이 되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보는 시선과, 10년 뒤의 시선, 또 다른 나이의 시선은 다를 것이다. 만약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뭐라고 할까. 나는 대체 어떤 삶을 살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건가. 아마도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고, 많은 경험들을 해 보라고 조언을 해 주겠지. 지금까지 너무 범생이처럼 살아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방탕하게 살 생각도 없다. 그래도 후회는 없이 살아봐야 할 것 같아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보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의외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내가 도와달라고 전화를 걸면, 달려와 줄 사람들이 많다. 각자의 분야에서 각자의 경험으로 나를 도와주려 애쓸 것이다. 그것은 나의 자산이며, 인간관계며, 능력이다. 하고 싶은 것들이 아직 수두룩 빽빽하지만, 아직 그럴 만한 여유가 없기에, 천천히 시도해 보려고 한다. 여유를 만들고, 해야 할 것 중에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고, 해야 할 것들을 하고, 그 후에 하고 싶은 것들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감을 갖고, 시도해 보려 한다. 나는 내 가치를 모르고 있기에, 그 가치를 충분히 시험해 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