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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람에게 실망이 큰 이유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서

by IN삶

인간관계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며 살아갑니다. 관계에 있어 실망을 할 때가 언제일까요. 실망이라는 것도 상대를 그리 사랑하면 나오지 않는 감정입니다. 바보처럼 웃는 것도, 서투르게 젓가락질하는 것도 모든 것이 사랑스러울 테니까요. 그런데 왜 우리는 상대에게 꼭 실망을 하는 걸까요.


제가 내린 결론은 그렇습니다. 애정을 쏟았기에 우리는 기대를 합니다. 애정을 쏟았기에 너는 그러지 않겠지 하며 기대를 하고, 애정을 쏟은 만큼 이제는 이걸 알겠지 하며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상대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쉽게 실망해 버립니다. 내가 상대에게 주었던 애정을 무시해 가면서요. 우리는 쉽게 기대하고 쉽게 실망하는 나약한 인간들입니다. 타인의 기대에 맞추는 게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타인에게 기대를 합니다. 관계가 가까울수록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존재라서, 금세 그 일을 잊고 또다시 기대를 하게 됩니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되는데, 그게 어디 쉽나요. 오히려 잘 알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하루아침에 바뀌기 쉽지 않죠. 더더욱 표현하지 않으며 상대가 알아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아주 몹쓸 짓입니다. 내가 너를 그렇게 사랑했더라면 그 이유마저 사랑했었을 것입니다. 이제 상대가 내 옆에 있다는 것이 너무 익숙해져서, 우리는 서로가 원래의 위치로 돌아온 것뿐입니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거, 있을까요. 불같던 사랑도 식어 결국에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 하나라 같이 살게 되겠죠. 엄마 아시는 분 중에 아직도 남편과 신혼처럼 사시는 분이 있다고 하십니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부인이 참 애교도 많고 가끔 엉뚱하지만 현명하고 똑똑하다는 것이고, 남편은 부인 말을 잘 들으며 가정을 이끌 줄 아는 그런 사람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존중하는 그 마음이겠죠. 그 존중하는 마음이라면 상대에게 기대도 없을 것입니다. 아니, 있더라도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대에게 실망은 하지 않겠죠.


아직 많이 모자란가 봅니다. 항상 관계를 맺고 부수며 그 사이의 공백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있습니다. 언제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요.


오늘 또다시 배운 메슬로우의 5단계 욕구 이론에서 새로운 것을 깨달았습니다. 요즘 제가 느끼고 있는 스스로 가치 있음을 인정하고, 나의 잠재능력을 배우고, 창조하고, 이해하고 경험하고 있는 것이 4단계인 자존감의 욕구와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 욕구 단계라는 것을 말입니다. 메슬로우는, 어떤 욕구가 다른 욕구보다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비로소 그다음 단계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4, 5단계에 머물고 있는 저는, 생리적 욕구와 안전욕구, 사랑과 소속감 욕구가 충족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어쩌면 영영 제겐 숙제 같았던 사랑과 소속감의 욕구 중 ‘타인과 의미 있는 관계’라는 의미를 다르게 해석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학교를 다니고, 사회생활을 함에 따라 의미 있는 관계에 들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의미가 없어도 상대에게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는 관점이죠. 또한 상대가 언젠가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상대가 필요할 때 기꺼이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의미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의미는 개인이 만드는 것이죠. 삶을 살아가며 나와 결이 맞고, 가치관이 맞는 사람과 함께해야 에너지가 쉽게 운용됩니다. 그런 사람이 아닌 사람과는 관계에 대한 의미를 너무 크게 부여하면 안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 관계가 나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죠. 지방대에 다니고 있지만, 지방대생이라 주눅 들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활동을 하며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고,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가 직접 찾아다니며 그들과 맺는 소속과 관계가, 가만히 있으며 맺어지는 소속보다는 조금 더 나와 결이 맞으리라 생각하기에, 근거 있는 애정을 더 쏟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유가 없이 상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런 맹목적인 사랑은 쉽게 목적을 잊습니다. 그렇기에 쉽게 기대하고, 쉽게 실망하며, 쉽게 관계가 변해버립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떠나는 사람은 잡지 않습니다. 언젠가 떠날 그가 있는 것이 더 괴로울 것 같거든요. 일말에 기대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저 나만의 의미를 정립하고 거기에 맞는 관계를 맺으려 합니다.


내가 너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넌 나를 맹목 없이 사랑했기에, 실망을 했겠지.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랐을 테니. 좋아 우리 이대로만 지내. 너와 나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내 잘못이야. 3년만 기다리면 영영 안 볼지도 모르지. 돌아오지 않는 연락을 이제 기다리지 않을게. 나를 보고 실망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그게 너라면 나는 참 많이 아플 것 같다. 더 아프기 전에 여기서 끝내.


큰일 났습니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기대를 하고 있어요. 아침에 언제 일어날지, 운동을 몇 번이나 할지, 하루에 세운 계획들을 무사히 잘 끝낼지, 오늘은 절제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들을 수 없이 합니다. 맹목적인 사랑일까 아닐까 의문이 듭니다. 그게 아니기를 바라며 저는 오늘도 제 마음에 들기 위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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