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상을 보는 것은 나다.

by IN삶

세상이 밝더라도, 우리는 선글라스를 쓰면 금세 세상을 어둡게 볼 수 있다. 그 작은 선글라스 하나가 우리가 보는 세상 전부를 바꾼다는 것이다.

붉은 펜으로 글씨를 쓰고, 빨간 셀로판지를 가져다 대면, 글씨가 어디 있는지를 찾지 못할 정도가 된다. 우리는 보기 싫은 것들은 내 눈에 튀는 것이라 생각하고, 남들에겐 불편하지만, 내게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나와 결이 맞는 것이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다. 그 사람이 누구나 눈살을 찌푸릴 만한 것을 한다고 해서, 내 눈도 찌푸려져야 할 이유는 없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역치와 타인의 역치가 다를 뿐이다.


벌레를 잘 잡는 사람도, 쓰레기와 먼지를 잘 봐서 청소를 잘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그 사람의 특성인 것이다. 나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붉은 선은, 빨간 셀로판지 아래에선 안 보이니까.


나는 내가 아무런 재능이 없는 줄 알고 살아왔다. 그런데 새로운 사회로 자꾸 나오려 발버둥 치면서 의외로 재능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최근 들어간 사회에서는 나는 경험이 아주 적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세상을 보는 눈은 내게 달려 있다.


나의 세계를 긍정적으로 볼 것이냐, 부정적으로 볼 것이냐도 전혀 중요치 않다. 악마에게 천국은 아주 불편하고 힘든 공간이고, 지옥은 아주 행복하고 편안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지에 따라 그 공간은 달라진다. 나의 세계도, 나의 사회도.


결국은 나의 문제인 것이다. 세상이 불편하다면, 내 눈에 붙어 있는 셀로판지와 전혀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이 문제가 아니라, 내 눈앞에 있는 셀로판지의 색이 문제인 것일 수도 있다.


내가 태어나서 자라는 사회는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내가 다 자라 가정을 떠나고 새로운 가정을 만드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은 배우자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눈에 가장 거슬리지 않는 사람을 만나기를 원한다. 내가 보는 것을 비슷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을. 짧게 말해,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같은 셀로판지를 가진 사람을.


세상은 어렵다. 복잡하고, 때론 아무것도 안 했는데, 내게 화가 옮겨오기도 한다. 하지만 화는 그 사람의 것이다. 그 화가 나의 것으로 옮겨오지 않게 내가 돌이 되면 된다. 풀이 아니라, 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리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