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는 어떻게 증명되는가 Part.01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by 유민재
우리 자신을 구성하는 무언가가 떠나간 뒤에도 우리는 변형된 스스로를 받아들인 우리로서 살아갈 수 있을까. '가짜'가 아닌 '진짜'로 살아간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진짜'는 어떻게 증명되는가.

성해나, 《혼모노》, 창비, 2025, p.358.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자녀로서의 역할', '언니, 형, 동생 등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친구로서의 역할', '학생으로서의 역할', '사회인으로서의 역할', '연인으로서의 역할', '배우자로서의 역할', '부모로서의 역할' 등 수많은 역할이 있다.


그리고 '나'로서의 역할.


요즈음 내 시간에서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이는 회사의 상황이 그렇게 된 것도 있고, 나 스스로 자처한 부분도 있다. (이 내용은 일이 마무리된 후 연작으로 풀어보려 한다) 내게 주어진 시간 중 절반 이상을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에 투여하다 보니, 자연스레 내가 응당 해야 할 다른 역할들에 시간을 못쓰기 시작했다.



나는 당당한 1인 가정의 가장이다



주말에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해놓은 웍은 며칠째 넣어두지조차 못했고, 널어놓은 빨래는 아침에 수건만 빼다 쓰기 시작했다. (결국 '4시간을 자나, 3시간 30분을 자나 내일 피곤한 건 똑같지'라는 생각으로 정리를 하긴 했다.)


퇴근을 못하니 친구들과 저녁 약속을 잡을 생각은 하지 못했고, 부모님은 주무시니 전화를 드리기 애매했다. (지금 연인이나 배우자,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아도 됨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눈물) 새벽에 집에 오다 같은 처지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신세 한탄을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사회인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다른 여러 역할들을 제대로 행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역할은 중요하다. 새로운 대행사, 새로운 광고주를 담당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거의 차장급이 할만한 AP를 메인으로 담당하여 플래닝 했고, 대형 대행사에 대형 광고주에 대... 형 담당자와 업무를 하고 있다. 확실히 시야가 트이는 느낌이 들고, 같은 공간에 2년을 있었지만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이 정말 많았구나'라는 걸 느꼈던 시간이었다. 커리어에 있어 내게 큰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전혀 의심할 필요 없다.


의심할 필요 없기에, 오히려 그렇기에, '나'로서의 역할은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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