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해치는 가장 쉬운 방법

by 인생실험실

요즘도 가끔 밤에 침대에 누워있다가 배고플 때면 폭식 영상을 찾아본다. 한 번에 자극적인 음식을 먹는 영상이 대리만족인 건지 식욕감퇴인지 모르겠지만 한 번 보면 계속 보게 된다. 그런데 대부분 폭식 영상에서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지도 않고 맛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그걸 보고 있는 나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먹는 행위에만 집중된 것 같다.


이걸 보다 문득 먹는 것으로 자해하는 것이구나 싶었다. 폭식이라는 말이 긍정적인 말이 아니지만 여태껏 이걸 자해로 생각하지는 못했었다. 유튜브에 검색만 해도 폭식과 관련된 수많은 영상이 쏟아지다 보니 그냥 콘텐츠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꼭 몸에 상처를 내고 겉으로 보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해하는 것이 자해라면 폭식 또한 심각한 자해 증상이라는 걸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4년 전 처음으로 심한 우울감이 왔을 때 나도 식습관부터 바뀌었던 것 같다. 배고프지는 않은데 계속 입이 심심해 무언가를 먹게 되고, 시간도 일정하지 않아 새벽에도 배달 음식을 먹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메뉴도 항상 자극적인 음식만 찾았고 몇 달 새 8kg이 쪘고 거울 속 내 모습이 낯설었지만 쉽게 멈출 수가 없었다.

천천히 건강하게 빼는 건 성에 차지 않았고 한 달 만에 몇 주만에 처럼 극단적으로 빨리 빼는 것에만 집착해 3일을 물만 먹다가 입이 터지기도 하고 잘 안 먹으니 잠이 안 와 날을 새는 것도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사실 그때 나는 나를 해치고 싶고 상처 내고 싶어 먹는 걸 선택했던 것 같다. 폭식하면 죄책감, 우울감, 자괴감이 정말 말도 못 하는데 그걸 알기 때문에 싫은 짓만 골라서 한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본가에 들어와 마음을 챙기다 보니 많이 좋아졌다. 몇 년간 나를 괴롭힌 습관이라 완전히 고쳤다고 말은 못 하지만 자해라는 걸 인식하면서부터는 자제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어딘가에 집중할게 생기면 식욕이 준다는 것, 너무 굶으면 오히려 폭식으로 이어진다는 것 등 몇 가지 방법들을 알아가고 있다.

폭식 영상에 이런 댓글이 많이 달린다. 당장 다이어트가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것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말이다. 그런데 아마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하지만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러면 안 되기 때문에 그 행동을 택하기도 한다.


지난 글에 이어 이번 글도 남들에게 들키기 싫은 마음속 꼭꼭 감추어둔 이야기를 기록했다. 밑바닥을 찍을 땐 최대한 빨리 처절하게 경험하고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난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은 잊고 앞으로는 성장하는 모습과 과정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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