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음 청년이 늘어나는 진짜 이유

'실패 면역력'을 잃어버린 대한민국 청년들

by 인생 비전공자
쉬었음 현상의 해법은 '실패 면역력'에 있다.


쉬었음 현상은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닌 과로와 부조리함이 일상화된 낡은 노동구조에 대한 ‘합리적인 저항’인 동시에,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아지지 않는 미래에 대한 ‘깊은 좌절과 포기’가 뒤섞인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정답 (명문대 진학 ➔ 대기업/공무원 취업 ➔ 내 집 마련과 안정적 삶)’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며 완전히 붕괴되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제시한 단일한 트랙은 많은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스스로를 갈아 넣어도 과거와 같은 보상(안정적인 미래)이 주어지지 않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짙은 허무함과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 즉, 니트는 안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이 꺾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상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쉬었음 현상의 해결법은 이들을 억지로 과거의 일터로 밀어넣는데 있지 않다. 사회가 먼저 그들의 좌절과 이탈을 온전히 ‘용인’해주고, 그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쉬었음 현상의 원인이 단순 구조적인 문제에서만 기인한다고 생각하지 않다. 최근 추척 60분에서 ‘월급 200만 원 따리는 될 수 없어’ 라며 중학생부터 단기간에 큰 돈을 벌고자하는 세태를 방영해 큰 화제가 되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노동의 가치’보다 ‘벌이의 양’을 숭상하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특히 SNS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단기간 고수익 성공 스토리가 범람하면서, 단계적으로 밟아가는 노력에 대한 가치는 퇴색되었다. 노력에 따른 보상을 기다리지 못하고 즉각적인 결과만을 기대하는 조급함이 우리 사회 전반에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조급함은 결국 예상치 못한 실패나 기대에 못 미치는 현실을 마주했을 때 치명적인 독이 된다. 단번에 성공의 정점에 도달하려는 환상에 젖어있다보니, 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 다시 일어설 동력을 쉽게 상실하고 마는 것이다. 결국 좌절을 견뎌내고 다시 일어설 ‘실패 대한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 이들은, 작은 실패를 곧 인생의 실패와 직결 시키며 결국 구직이나 도전을 포기하는 쉬었음 상태로 빠지게 된다.


‘실패 면역력’이 떨어진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작고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실패 경험을 누적 시켜야한다. 거창한 취업이나 창업 이전 대학교, 청년센터, 민간 커뮤니티에서 안전한 실패 실험실 역할을 맡아야한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노력의 진짜 무게를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무조건적인 위로나 수당 지급은 청년들을 온실속에 가둘 뿐, 자생력을 길러주지 못한다. 진정한 해결책은 사회가 다양한 형태의 도전을 용인해 주는 동시에, 청년들이 작은 실패들을 딛고 일어나 ‘실패 면역력’을 키울 수 있도록 실무 중심의 작은 성취 무대들을 곳곳에 마련해주는 것이다.


단 한 번의 실패도 호들갑 떨며 안쓰럽고 금기시하는 사회에서는 결코 누구도 쉽게 도전할 수 없다. 따라서 사회가 용인해야할 것은 단순히 휴식이 아닌 안전하게 실패할 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