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가 되든 말든, 일단 글을 휘갈기고 보는 까닭은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에 작성한 글입니다-
원래 이 브런치에 흥미를 갖고 채널을 하나 개설한 목적은 "글을 쓰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사실 네이버 블로그에서 끄적이는 형식의 "줄글"을 쭉 써내려가볼 생각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진정한 글"과는 거리가 먼 "포스트"를 쓴다.
이 공간은 나만의 공간으로, 20대를 살아가며 겪은 모든 이야기를 집약해 일기장처럼 쓰려고 했다.
온라인 마케팅 대행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네이버에 대한 분석을 이야기 하고 싶기도 했고, 내가 열심히 공부하고 판 구글 이야기/광고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우연찮게 들어간 오케스트라와 음악 이야기를 끄적이고 싶었고, 편하게 글을 끄적이며 일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 플랫폼이 네이버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며 얻은 습관 때문인건지, 어느샌가 상위노출에 의식하며 "맛집"이라든가 "리뷰" 포스트를 끄적였다. 사진이나 디자인이 없으면 노출되지 않는, "글"이 배척당하는 이 생태계가 나에게 맞지 않다고 느끼고 있음에도 그것을 버리거나 무시하지 못하고 그 틀에 나를 끼어맞추는 것이다.
문과 성향이 짙은데 수학을 잘한다는 이유로 이과를 선택하고, 하라는 수학경시대회에서는 떨어지고 문학 경시대회에 아무 생각없이 나갔다가 동상과 상금 오천원을 타가지고 왔는데도 '문학적 사고'보다 '수학적 사고'를더 잘한다(잘해야만 한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사로잡혔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어떻게든 나는 성장을 했고, 인생의 회전목마에서 벗어나 나만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멋진 청춘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회전목마는 회전목마, 정신을 차려보니 제자리 걸음 중이다. 어떻게 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진보적인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아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결론을 내리기도 힘든 내 주제에 그런 거창한 질문에 대한 답은 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조금 더 진정성 있는, 줄글이 환영받는 환경에서 하나라도 더 끄적여보고자 브런치로 이사왔다. 작가로 발탁되든 안되든, 글을 쓰기 아주 편한 인터페이스가 탐나서라도 여기서 나의 생각과 삶을 정리해보고자 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아주 두루뭉술하게나마 내리기 위해, 다시 내 안의 설렘과 열정을 되찾기 위해 글을 쓰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해보겠다. 그러려고 브런치를 시작해보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