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로 사는 이야기 1
지난주 토요일부터 친정 엄마 병간호를 하기 위해 병원에 상주하다가 어제 집에 왔습니다.
성인이 된 아이들이라고 하지만 끼니를 제대로 먹었을 리 만무하고...(제가 습관을 잘못 들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집안은 어질러진 체 그대로였습니다.
한동안 엄마가 해준 밥을 먹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급하게 밥을 차려주고 각자의 일을 위해, 쉼을 위해 흩어진 뒤 지친 몸을 뉘었습니다.
'조금 자고 일어나 저녁 차려야지.'하고 누워서는 저녁인지 새벽인지도 모를 시간에 일어났습니다.
달력과 시간을 보니 14시간이나 꼼짝하지 않고 잠을 잦습니다.
그사이 생리적인 현상으로 인해 일어날 법도 했는데 한 번을 깨지 않고 그대로 자버린 겁니다.
스스로도 신기합니다.
평생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꼼짝 않고 잠을 자 본 적이 없는 것 같으니까요.
저는 외딸입니다.
귀하게 자란 느낌의 외동딸과는 거리가 좀 있죠.
80을 넘어 90일 바라보는 연세의 홀어머니를 가까운 곳에 거주하게 하며 호출하실 때마다 들여다보고 원하시는 것, 문제가 발생하는 것 등을 해결해 드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늘 병원에 입원하실 때 일어납니다.
8년 전인가에는 팔, 다리가 골절돼서 병간호를 해드려야 했었죠.
그때는 아이들도 어려서 참 곤란했었습니다. 괜히 남편에게도 미안했고요.
이번엔 갑자기 디스크 협착증이 심해져서 119 구급대의 도움으로 병원을 가게 되었고 그대로 입원을 했습니다. 다리가 아파서 디디지도 눕지도 앉지도 못하시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때부터 어제까지 24시간을 긴장하며 지냈습니다.
'뭐 그 며칠 간병한 거 가지고 그렇게 힘들다고 하냐.' 하실 수 있습니다. 충분히 그러실 수 있죠.
하지만 저는 힘들었습니다.
저희 친정 엄마가 워낙 예민하신 분이셔서 시끄러운 거 싫어하시고 결벽증이 있으셔서 지저분한 거 싫어하시고요. 지금은 연세가 있으셔서 성격도 많이 누그러지셨지만... 본인 성격에 맞지 않으면 가끔 안하무인처럼 폭발하는 경향도 있으셔서 엄마 해달라는 대로 해드리고 맞춰 드리자니 저도 24시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가 봅니다.
그런 상태로 집에 돌아와 날카로왔던 신경이 좀 풀어지면서 잠깐 누운다는 것이 14시간을 자버렸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제 체력에 필요한 충분한 수면을 취한 것 같습니다.
심한 노안처럼 글자가 뚜렷이 안 보였던 것도 보이는 걸 보니 말입니다.
가끔 외딸인 저는 '누구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모님을 부양한다는 것이 자신의 가정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는 참 여러 가지 면으로 힘든 일이니까요.
간병을 번갈아가며 한다던가 내 가족을 돌보는 일을 부탁을 한다던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형제자매 지간도 남보다 못한 사이도 있기는 하지만요.
병원의 간병 시스템으로 인해 잠깐 며칠의 시간을 벌었으니 몸도 마음도 보충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