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급반에서 다시 마주한 나
이번 달은 수영을 시작한지 8개월째다.
물놀이는 좋아하지만 물 공포증이 심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에 빠졌는데 수영을 못 해서 죽으면 정말 억울할 것 같아. 수영을 배워보자."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나의 큰 도전이 시작됐다.
첫 수업을 가지 전,
물에서 두 발을 떼본 적도 없는 나는 선행학습을 위해 신랑과 함께 수영장 유아풀로 향했다.
신랑의 다정한 코칭 덕분에 난생 처음 두 발을 떼고 엎드린 자세에서 발장구를 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정말 오랜만에 느낀 성취감이었다.
그 후로는 배꼽 언저리 수심에서 킥판없이 물에 뜨고, 물에 누워 배영을 하면서 한 단계씩 발전해 나가는 내 모습이 좋았다. 그 성취감이 좋아 자칭 '수친자'가 되어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자유수영을 다녔다.
하지만, 이 마음도 잠시. 5개월 차로 넘어갈 무렵.
같은 시기에 시작한 사람들은 이미 중급반으로 올라가거나 자유형을 제법 하고 있었지만,
나는 오른쪽 호흡을 시도조차 하지 못 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자유수영을 다녔다.
다음 달에는 꼭 중급반으로 가겠다는 기대를 안고..
(*1:1 수영 강습을 받아보려 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자유수영밖에는 답이 없었다.)
결과는..5개월 차 중급반 실패..
"과연 내가 자유형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며 의기소침해졌었다.
그때 신랑이 말했다.
"너무 조급해 하지마.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어."
그래, 지금까지의 변화만으로도 엄청 큰 성과였다.
그리고 수영은 일이 아닌 취미이다. 잘하지 않아도, 남들과 속도가 달라도 괜찮다.
내 속도에 맞게 즐기면 된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한 달 뒤, 어느 날.
갑자기 자유형이 됐다!
그리고 며칠 뒤, 숨 쉬는 느낌이 뭔지 알게됐다!
그리고 또 며칠 뒤, 25M를 한 번에 가게됐다!
입을 통해 들이 마신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느낌적인 느낌!
그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신랑에게 25M를 한 번도 쉬지 않고 자유형을 한 성공담을 신나게 풀었다.
우리는 두 손을 맞잡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그것 봐. 다람이 잘 하고 있다니까, 너무 대단해."
신랑의 말에 또 다시 용기를 얻었다.
그 기세로 7개월까지 채웠고, 여름 휴가가 찾아왔다.
그런데 방심한 탓일까. 초급반 연장 접수를 놓쳐버렸고, 이미 자리가 꽉 차 있었다.
방법은 하나.
중급반으로 가는 것.
보통은 선생님의 권유로 반을 옮기지만
나는...선생님의 판단이 아닌 나 스스로 중급반을 신청했다.
며칠동안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하며 유튜브로 이미지트레이닝을 했고,
오늘 중급반 첫 수업을 다녀왔다.
다행히(?) 평영 발차기부터 시작하지는 않았다.
물 속에 가라앉기, 물 속에서 벽 차고 스트림라인을 잡고 앞으로 슝~
역시 처음엔 서툴렀지만 수업이 진행될수록 조금씩 감이 잡혔다.
그리고 오늘도 집으로 돌아와 출근준비하는 신랑을 졸졸 따라다니며
오늘 수업시간에 배운 것과 몇 초라도 잠수를 할 수 있었던 성공담을 쏟아냈다.
신랑은 또 다시 나에게 용기를 주고 출근했다.
다음 수업에는 어떤 일이 기다릴까? 기대 반. 걱정 반.
아무튼 오늘은 성공적인 나의 '자체 중급반' 첫 수업이었고,
두려움의 벽을 한 번 더 깨보는 기회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