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여서 페타시대
한국에서 아이폰은 KT를 통해 2009년에 처음으로 출시되었다. 무려 iPhone3GS 시절이다. 그리고 그다음 해인 2010년, 애플은 Facetime 페이스타임이라는 서비스를 발표했다.
아이폰 11년 차 사용자인 나도 페이스타임을 자주 사용하지는 않았다. 영상통화라는 것은 낯가리는 내게 낯설고 낯간지러운, 어쨌든 낯익은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친구들과 몇 번 사용해보았으나 이내 익숙한 전화나 문자, 카톡으로 소통했다.
그리고 2020년, 진정으로 낯을 가려야 하는 시대가 오고 말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밀려 페이스타임을 자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페이스타임의 대단함을. 내가 왜 이걸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무릎과 이마를 탁탁 치며 페타를 하는 요즘이다.
최첨단 기술의 홍수 속에서 출시된 지 10년 된 페이스타임을 추천해보려 한다. 왜냐하면 2020년 지금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낯을 보는 시간'이기 때문에.
(아이폰/아이패드/맥 사용자를 위한 맹목적으로 편향적인 글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1. Video Conference, Video Chat, Face Talk <<<< FaceTime
사실 몇 개 안 써봤다. 마이크로소프트 Team, 줌 Zoom, 카카오톡 페이스톡, 인스타그램 비디오 챗 정도.. Skype 스카이프, 페이스북 메신저, SKT와 같은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어플 서비스 등등, 정말 많은 영상통화, 혹은 화상회의 서비스가 있다. 하지만 아이폰, 아이패드, 맥을 쓴다면 단연 페이스타임이 제일이다. 그것을 가장 크게 느낀 순간은 데이터 송수신이 원활하지 않을 때이다. 내가 써본 다른 어플에서는 끊기는 순간의 영상과 음성이 공중으로 사라지는데, 페이스타임은 살짝 끊긴다고 해도 잠시 후 그 끊겼던 부분과 다음 이어지는 부분의 영상과 음성이 약 1.5배속 한 듯 약간 빠른 속도로 재생된다. 마치 실시간 유튜브 영상에서 잠깐 끊겼다가 다시 나올 때 나타나는 현상과 같다. 밀도 높은 대화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면 매 순간이 매우 중요하다. 한 순간을 어떻게든 놓치지 않게 하겠다는 애플의 노력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 기술적인 부분은 위키피디아 참고
H.264, AAC-ELD – 각각 영상/음성 코덱
SIP – IETF 시그널링 프로토콜 (VoIP)
STUN, TURN, ICE – 방화벽 및 NAT
RTP, SRTP – VoIP에 대해 실시간으로 암호화된 미디어 스트림을 전달하기 위한 표준.
2. Wifi 보다는 Cellular
이 점은 사용자의 환경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는 iPhone 11 Pro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5G가 아닌 4G LTE 혹은 Wifi 환경에서 페이스타임을 이용한다. 와이파이가 속도 측정 앱에서 쟀을 때 더 빠른 속도로 나와도 안정성을 생각한다면 셀룰러로 하는 것이 훨씬 좋다. 간단하게 말해서 와이파이로 하면 화질은 좋은데 자주 끊기고 LTE로 하면 화질이 중간 혹은 조금 안 좋은 수준까지 떨어지지만 통화가 끊기지 않는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3. Eye Contact
정말 놀랄만한 기능이다. 말 그대로 아이컨택 (혹은 아이콘택트, 혹은 눈 맞춤)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능이다. 영상통화는 전면 카메라를 통해 서로의 모습을 보기 때문에 절대로 동시에 서로의 눈을 맞출 수가 없다. 왜냐하면 사람의 눈이 아닌 카메라를 봐야 하기 때문에. 그러나 역시 애플은 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다. 아니, 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Eye Contact 기능은 iOS13부터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이번 iOS14에 와서 훨씬 더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한다. 언제나 그랬듯 모든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 사이트에 따르면 ARKit 기능이 탑재되어있는 기종만 가능하다고 한다.
Because this cool feature takes advantage of the system’s ARKit 3 framework for augmented reality apps, it’s supported on the following iPhone models:
iPhone 11 Pro Max
iPhone 11 Pro
iPhone 11
iPhone XS Max
iPhone XS
iPhone XR
(idownloadblog.com)
그런데 어떻게 가능할까? 역시 인터넷의 사람들은 이미 다 실험해봤고 다 알아냈다.
이 사진은 페이스타임을 하면서 아이컨택 기능을 활성화한 상태에서 직선인 안경테를 이용해 아이컨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험하는 영상의 캡처이다.
원래는 직선인 안경테를 눈 가까이 가져가니 마치 얼굴 보정 어플을 사용한 듯 눈동자가 있는 부분이 휘어진다. 카메라와 화면의 위치를 고려하면 페이스타임을 하는 사람의 눈동자 초점은 살짝 내려갈 수밖에 없다. 아이컨택 기능은 그러한 구도에서 사용자의 두 눈동자를 살짝 올려주는, 어떻게 보면 영상 필터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매우 반가운 기능일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이상하고 어색한 것일 수 있다.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꽤 중요하다. 하지만 그걸 이렇게까지 필터를 통해서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아이폰 설정에 들어가서 Eye Contact 기능을 끄는 것을 추천한다.
아래는 실험 영상을 볼 수 있는 링크
https://twitter.com/schukin/status/1146499679762280448?s=20
4. 그 외 나머지 좋은 점
(1) 비디오와 오디오 전환 자유자재로 가능 (일부 국가에서는 안된다고 함)
(2) FaceTime에서 미모티콘 사용하기 (iPhone X 및 이후 모델 또는 Face ID 기능이 있는 iPad에서 가능)
(3) FaceTime Live Photo 사용하기 - 프라이버시를 너무나 중요시 여기는 애플 때문에 영상통화를 포함한 모든 통화는 (따로 녹음기나 Third Party Application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녹음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라이브 포토를 찍으면 1~2초 정도 움직이는 모습과 음성도 함께 기록된다.
(4) 생각보다 많이 쓰이지 않는 데이터 - 다음 사이트에서 정리를 잘해주셨다. 하지만 아이폰6로 사용해본 것이기 때문에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아이폰 11프로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2020년 10월, 아이폰 X 이상의 모델끼리 LTE 환경에서 페이스타임을 하면 30분에 약 240MB 정도인 듯하다. 하지만 이 역시 때에 따라 많이 다른 것 같다.
(5) 최대 32명까지 추가
FaceTime 앱 또는 메시지 앱의 그룹 대화에서 그룹 FaceTime을 시작할 수 있으며 최대 32명까지 추가할 수 있습니다. 말하는 사람의 타일이 자동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대화의 흐름을 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apple.com)
덧붙이는 말
1. 좀 더 쾌적한 페이스타임 환경을 만들고 싶다면 거치대와 무선이어폰(에어팟)을 준비하라. 얼굴이 잘 나오는 게 중요한 사람은 조명 필수.
2. 아이컨택 기능 정말 신기하다.
3. 이럴 때일수록 더 많이 소통하자.